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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사면 양도차익 최대 37% 세금 토해내야

비트코인 결제 세금 주의보

암호화폐는 화폐 아닌 무형자산

보유기간과 양도차익에 따라 최대 37% 세금 내야

미국 4,500만 원까지 비과세…국내는 250만 원

모르고 결제했다간 뒤늦게 세금 폭탄 맞을 수 있어

업계 "결제와 투자 분리해 과세해야"

/출처=셔터스톡




테슬라·페이팔·비자(VISA)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인정하기로 하면서 세금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기업이 암호화폐를 결제에 활용하더라도 암호화페는 달러·엔화 등과 같은 화폐가 아니라 무형자산으로 분류돼 있어서다. 암호화폐로 특정 재화나 서비스를 결제하면 암호화폐 자체도 자산의 매매 행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매입과 매도 시점 사이에 발생한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 모델3를 비트코인 1개로 구매할 경우 재화의 거래는 종료되지만, 비트코인을 언제 매수했는지에 따라 양도차익의 최대 37%를 세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로 결제할 때는 제품 가격과 별도로 부과될 세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암호화폐는 화폐 아닌 ‘자산’…저점에 매수해 고점에 테슬라 사면 세금 낸다


암호화폐로 재화나 서비스를 결제할 때 세금을 따져봐야 하는 것은 암호화폐의 성격 때문이다. 암호화폐는 ‘화폐’라는 표현을 쓸 뿐 실상은 화폐가 아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국제회계기준(IFRS) 해석위원회도 지난 2019년 암호화폐는 화폐나 금융상품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IASB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130여개국이 가입돼 있으며, 이곳에서 정한 회계기준을 준용한다. 이 결정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암호화폐는 무형자산 또는 재고자산으로 분류된다.

미국은 IASB에 가입돼 있지 않지만 암호화폐의 성격에 대해 IASB와 비슷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국세청(IRS)은 2014년부터 암호화폐 거래로 발생한 수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1년 미만 단기보유 투자자는 양도차익 금액에 따라 10~37%의 세율이 적용된다. 1년 이상 장기보유 투자자는 양도차익 금액에 따라 비과세 또는 낮은 세율이 부과된다. 양도차익이 4만 달러 이하이면 비과세다. 양도차익이 4만 달러 이상 44만 1,450달러 이하이면 15%의 세율이, 그 이상은 20% 세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1년 전에 1만 달러를 주고 산 비트코인 1개를 3만 달러에 팔았다면 차익이 4만 달러 미만이어서 과세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1년 이상 보유한 비트코인의 평가액이 4만 달러 이상인 상황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결제할 때다. 비트코인을 주고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했다간 뜻하지 않는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A씨가 2년 전에 5,000달러를 주고 매입한 비트코인 1개의 현 시세를 5만 달러라고 가정하자. A씨는 5만 달러 가격으로 책정된 테슬라 모델3을 비트코인 1개로 결제할 예정이다. 이 경우 A씨는 테슬라를 5만 달러가 아닌 세금 750달러를 더한 5만750달러에 구매한 것과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순간, 무형자산인 비트코인의 양도 행위도 발생해 양도차익 4만5,000달러 중 공제액인 4만달러를 제외한 5,000달러에 대해서 15%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IRS는 "암호화폐로 상품을 구매 또는 서비스 대가를 지불할 경우 세금을 내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2021년 국내서도 20% 세금 내야…업계 “추세 반영해 분리과세 필요하다”


국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내년부터는 국내서도 암호화폐 결제 시 세금을 걱정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022년 1월 1일부터 암호화폐 투자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20%의 세율을 적용키로했다. 기재부는 암호화폐는 자산이고, 결제는 일종의 물물교환이므로 양도 행위로 보고 과세하겠다는 입장이다. 암호화폐의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한도는 250만 원으로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로 물건을 구매할 투자자는 암호화폐의 양도차익 중 상당액이 세금으로 빠져나갈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암호화폐 결제 시에도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취득가와 물건의 결제가액을 통해 양도 수익을 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과세 당국이 암호화폐의 과세안이 너무 경직돼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자산으로서 암호화폐를 매매할 때 양도차익을 부과하는 것은 맞지만, 결제수단으로 활용하는 암호화폐에 대해선 유연하게 세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의 관계자는 "금융자산인 외환의 경우 결제 용도와 투자용도에 각기 다른 세법을 적용하고, 결제에는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지는 않는다"며 "추세에 맞춰 암호화폐도 외환과 유사하게 분리과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세법 전문가들은 과세 근거가 되는 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현재 암호화폐는 무형자산으로 취급되나 현실에서는 금융자산처럼 쓰이고 있어 적용되는 법과 모순이 발생된다는 입장이다. 서동기 정인회계법인 회계사는 "포괄적인 부분만 있고, 디테일한 부분이 부족하다 보니 관련된 규정을 빨리 만들어야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업계 관계자들의 혼선을 줄이고, 준비할 수 있도록 추가 내용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윤주 기자 daisy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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