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842일)을 제치고 역대 ‘최장수 기재부 장관’에 등극했다. 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리는 홍 경제부총리를 두고 ‘홍두사미’ 등의 조롱이 쏟아지고, 지난해 11월에는 청와대에 제출한 사표가 반려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주요 부처 장관들이 최장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는 8월 1일까지 장관직을 수행할 경우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1,039일)을 제치고 역대 최장수 산업부 장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2018년 9월 21일 취임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장관직을 6개월 이상 더 유지할 경우 1,103일을 재직한 이기권 전 고용부 장관의 재직 기록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돌려막기 인사의 한계에 부딪히며 장수 장관들의 재임은 관료 조직의 ‘내부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몇몇 장관의 장기 집권이 지속되면서 이른바 ‘코드 인사’에서 밀려난 이들은 ‘사보타주’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실력보다는 관운(官運)’이라는 내부 불만도 제기된다. 장관 또는 장관 측근 인사들의 눈 밖에 난 이들은 장관 재임 기간이 길어지면서 멀어지는 ‘패자부활전’ 기회에 사기업으로의 이직 등을 꿈꾼다. 한 경제 부처 부이사관급 관계자는 “장관이 관리자급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 밑에서 서기관 등으로 근무했던 이들과 의견 대립이 있었을 경우, 해당 인물이 현 장관 체제하에서 능력을 발휘할 보직을 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제 부처의 과장급 관계자는 “10여 년 전 모 장관 취임 후 유달리 조직을 강하게 장악하면서 실장이나 국장들의 권한이 많이 약해졌으며 이 같은 기조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결국 정책 수립 시 본인 주관을 이야기하는 ‘리스크’를 감내하는 고위직보다 ‘예스맨’들 위주로 주요 정책 라인이 꾸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제 부처 과장급의 이른바 ‘허리 라인’을 형성 중인 행정고시 기수 41~45기 인사들은 장관의 임기가 길어지면서 인사 적체도 심해지고 있다. 장관이 바뀌기 전까지는 소규모 실·국·과장급 인사를 부정기적으로 단행하는 것 외에 대규모 인사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행시 기수가 같더라도 경제 부처에서는 과장급이지만 타 부처에서는 그보다 높은 국장급인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직 관료(OB)들 사이에서는 장관으로 누가 오는지에 따라 부처의 위상이 달라지는 풍토상 청와대가 장관 임명권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식의 ‘운용의 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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