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라는 과감한 결단은 취임 이후 줄곧 ‘선택과 집중’ 원칙을 고수해온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비수익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그 역량을 미래 동력 사업 강화에 쏟는 방향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구 회장의 전략이 26년 만에 휴대폰 사업 종료라는 결정을 이끌어낸 것이다. LG전자는 기존의 강점이었던 가전 사업을 중심으로 전장·로봇 등 신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해로 취임 4년 차를 맞은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 직후부터 LG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들을 빠르게 정리해왔다.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 회장은 “지난해 LG는 비핵심 사업을 정비하고 주력 사업과 성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했다”며 “주력 사업은 사업 가치를 높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고, 성장 사업은 핵심 경쟁력을 조기 확보해 성과를 가시화하겠다”고 밝혔듯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조해왔다. 구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고문을 중심으로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이 LG그룹에서 분리되는 것도 이 같은 전략에 기반한 사업 구조 재편이다.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종료를 결정한 배경에도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1월 20일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사업 매각을 위해 베트남 빈그룹, 독일 폭스바겐 등과 접촉했으나 논의에 진전이 없자 모바일 사업 종료라는 과감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 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은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특히 오는 2025년께 표준화 이후 2029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세대(6G) 원천 기술 확보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LG전자는 6G 핵심 원천 기술의 확보를 목표로 지난해 8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고 앞선 2019년 1월에는 KAIST와 손잡고 ‘LG-KAIST 6G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국내외 연구기관 및 업체들과 활발한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6G 기술을 포함한 핵심 모바일 기술은 LG전자의 주력 부문인 가전·TV과 미래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전장·로봇 등과 맞물려 있다. 회사는 이러한 고도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며 체질 개선에도 나선다. 이미 전장 분야에서 LG전자는 7월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으며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인수한 바 있다.
LG전자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가전·TV 등 기존 사업은 고객 니즈와 미래 트렌드에 기반한 플랫폼·서비스·솔루션 방식의 사업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고객 접점 플랫폼인 ‘LG 씽큐(LG ThinQ)’ 애플리케이션, 가전 관리 서비스인 ‘LG 케어솔루션’ 등을 중심으로 새롭고 다양한 사업 모델을 시도한다.
회사는 모바일 사업 종료로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매출은 감소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체질 및 재무 구조 개선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사업 종료가 중장기 관점에서 분명히 전략적 이득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모바일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인력과 해외 공장 재배치 등 과제도 남는다. 지난달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MC사업본부의 임직원 수는 3,449명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기본적으로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되 타 사업본부와 LG 계열회사 등으로 재배치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이날부터 바로 개별 인원들의 의향, 각 사업부·계열사 수요 조사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 넘어갈 직원 공모를 시작으로 계열사·사업본부 재배치를 6월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해외 스마트폰 공장은 용도가 변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베트남·브라질·중국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해외 공장과 관련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베트남의 경우 다른 가전 공장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설비를 활용할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