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경기도 평택 고덕변전소에 들어서자 외부에 나란히 서 있는 변압기 4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건물 한층 높이로 우뚝 솟은 변압기를 지나면 LS일렉트릭의 기술력이 집약된 MMC스태콤 제어동이 나온다. 지난해 말 완공된 이곳에서 LS일렉트릭은 세계 최대 반도체 복합라인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고덕신도시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스태콤은 전력 송배전 과정에서 손실되는 전력(무효전력)을 연속적으로 조절해 전력계통상의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설비다. LS일렉트릭은 여기에 전력 전자기술 기반으로 개발한 MMC(Modular Multilevel Converter)를 적용해 전압의 급격한 상승 또는 하강과 같은 불안정 현상을 제거하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총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스태콤 제어동은 제어실, 밸브실, 냉각실, 소내변압기실, 배터리실 등으로 구성됐다. 제어동에 들어서니 중앙복도를 기준으로 좌우에 각각 ±150메가바(Mvar, 무효전력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용량의 스태콤 시스템이 작동 중이었다. 복도를 지나 1층에 있는 제어실에 들어가면 판넬처럼 생긴 시스템 제어기가 전원에서 불빛을 내고 있었다.
이곳에선 소음도 없이 한쪽에 놓인 PC로 시스템의 가동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호석 LS일렉트릭 국내전력그룹영업팀 매니저는 “제어동은 100% 무인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곳에서 볼 수 있는 화면을 외부 PC로도 확인 가능해 시스템의 작동 상태를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냉각실 문을 열자 항온항습기에서 나오는 바람 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MMC 스태콤 밸브가 대전류를 운전하기 위해선 밸브의 발열을 관리해 운전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최 매니저는 “냉각실에서 펌프를 시작하면 냉각수는 밸브 사이사이를 돌아 옥상의 실외기로 가 따듯해진 수온을 대기로 방출시킨다”고 설명했다.
MMC스태콤은 전세계에서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 정전율에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 텍사스를 덮친 기록적인 한파로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6주간 가동을 멈췄다. 지난달 다시 정상화 단계로 돌아오긴 했지만, 피해액은 수천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3세대 유연송전시스템(FACTS) 설비인 MMC 스태콤 기술이 한국전력과 함께 단 몇 초의 정전도 사전에 철저히 방지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스태콤 기술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태양광에너지를 비롯한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며 스태콤 기술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와 유럽 시장을 겨냥해 기술력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글·그림(평택)=전희윤기자
/평택=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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