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80평형이 80억 원에 매매돼 올 들어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현상이 더욱 커지면서 압구정을 비롯한 상급지 가격이 펄펄 끓어오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 일대 아파트 값이 100억 원을 돌파하는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아파트 7차 전용면적 245.2㎡(80평형·11층)가 전날 80억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27일 같은 평형(9층)이 67억 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6개월 새 무려 13억 원(19.4%)이 뛴 것이다. 지난해 243.642㎡가 77억 5,000만 원에 거래되며 7년 연속 가장 비싼 아파트 자리를 지켰던 한남더힐이 올해 2월 3.2% 오른 80억 원에 거래된 것과 같은 가격이다.
역시 5일에 거래된 압구정 현대2차 160.29㎡(8층)도 54억 3,000만 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평형 4층이 지난해 12월 7일 42억 5,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보다 11억 8,000만 원 상승했다. 지난 1일 신현대12차 110.82㎡(8층)도 이전 신고가인 30억 원보다 높은 32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2년 실거주 의무 적용을 피하기 위해 잇따라 조합이 설립되고 새로운 서울시장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압구정 아파트들은 중소형은 물론 대형까지 이미 3.3㎡당 가격이 1억 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98.22㎡가 지난달 4일 48억 5,000만 원(16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1월 45억 8,000만 원(9층)에 매매된 뒤 두 달 만에 2억 7,000만 원 더 오른 것이다. 반포동 반포자이 216.49㎡는 지난달 13일 44억 9,500만 원(23층)에, 반포힐스테이트 155.38㎡는 지난달 2일 38억 3,000만 원(9층)에 각각 신고가로 거래됐고 반포리체 138.26㎡는 지난달 12일 37억 원(16층)에 역대 최고 가격에 거래됐다. 최근 전국 아파트 값 급등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재건축 기대감이 반영된 곳과 상급지 위주로 가격이 뛰며 낮은 가격대 아파트와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의 부촌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 가운데 개포동을 제외하고는 반포·대치·잠실 등의 상급지에서 신축 아파트가 많지 않다 보니 재건축이 기대되는 압구정에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면서 “거래량이 많지는 않지만 한 번 거래될 때마다 가격이 급등하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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