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에 밀려 고전하던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지난해 영업 재개 이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계좌 연결 제휴 등을 무기로 최근 수신 잔액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말 8조7,200억원이던 수신 잔액이 최근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 재개 직전인 지난해 6월말 기준 수신 잔액이 약 1조8,500억원이었으나 영업 재개 9개월여 만에 수신고가 5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후발 주자인 카카오뱅크와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3월 말 기준 수신 잔액이 약 25조4,000억원이다.
주목할 점은 케이뱅크의 수신 성장률이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2019년 말 대비 2020년 말 수신 성장률을 따져보면, 4대 시중은행과 6대 지방은행(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은행), 2개 인터넷전문은행 등 총 12개 은행 중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곳은 신한은행과 광주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4곳 뿐이다.
이중 케이뱅크의 성장이 단연 눈에 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63.9%(2019년 말 총수신 2조2,845억원, 2020년 말 3조7,453억원)의 독보적인 수신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 나머지 3개 은행은 10%대 성장률을 나타냈다.
한 은행의 고객이 되는 가장 첫 단계가 입출금통장 개설인 만큼 입출금을 비롯한 예금, 적금 등 수신의 성장은 해당 은행의 이용고객 증가와 직결된다.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이 급증한 데는 시중은행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수준의 금리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등 제휴사 효과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최근 업비트 등 제휴사를 통한 고객 유입, 하루만 맡겨도 연 0.5%의 이자를 제공하는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100%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등 신상품에 힘입어 성장세를 지속해가고 있다.
고객 수도 급증하며 400만을 돌파했다.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케이뱅크는 이르면 2분기 중 소액 마이너스 통장, 전월세 대출 등 신상품을 출시하며 여신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최근 수신액이 급증함에 따라 수신 금리를 이날부터 소폭 인하하며 예대율 관리에 나섰다. 여신액을 늘리기 위해서도 신상품 출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