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가 이상 급등해 한국거래소의 조회 공시를 요구받는 종목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리딩방·유튜브·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거짓 정보들이 빠르게 퍼져나가 이른바 ‘반짝 테마주’들이 ‘제철’을 만난 모습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6일까지 ‘현저한 시황 변동’과 관련한 공시(공시 요구 및 재답변 등 포함)가 총 185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138건 공시된 것과 비교하면 약 34%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최근에는 정치권 인물을 언급하는 사례들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실제 관련 공시 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연관성이 거론된 공시는 총 18건에 이른다. 거래소 측이 요구한 조회 공시를 제외하면 전체 중 약 17.8%가 정치 테마주와 엮인 셈이다.
조회 공시에 답을 내놓는 상장사들은 대체로 특정 정치인과의 관계를 부인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회사의 공식 입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관계가 있다고 공표하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매수·매도 시기만 잘 맞으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이런 테마주를 모른 척 하기 힘든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최근 한 달간 코스피·코스닥 전 종목 중 주가 상승률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종목 중 NE능률(053290)·원익큐브(014190)·웅진·승일(049830)·덕성(004830) 등 5개가 ‘윤석열 테마주’들로 불리는 것들이다. NE능률의 경우 이 기간 중 주가가 370%나 뛰며 코스피·코스닥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윤 전 총장과 관련이 없다고 알린 바 있다. 최근에는 유력 대권 주자들과 숨겨진 연결 고리를 찾아내 테마주 간 순환매 양상도 나타난다.
정치 테마주는 통상 선거철만 되면 돌아오는 계절성 유행이라는 평가도 많다. 다만 최근 국내 증시가 횡보 국면을 이어가고 재보선이 끝난 뒤 예비 대선 주자들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상 테마주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톡·리딩방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들이 넘쳐나는 것도 테마주들의 판을 깔아주는 배경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마주라고 알려진 정보는 사실과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정치 테마주들은 선거 직후 급락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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