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맞춤형 백혈병 치료를 통해 치료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단초를 찾아냈다. 현재 사용되는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결정 짓는 유전자를 찾아낸 것이다.
김유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와 홍준식 서울대병원 혈액암센터 교수 공동 연구팀은 백혈병 항암 화학 치료제 ‘데시타빈’의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데시타빈은 급성골수성백혈병(AML)과 골수이형성증후군(MDS) 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이다. 인체 내 데옥시리보핵산(DNA)에 존재하는 ‘메틸기(-CH₃)’를 제거함으로써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암세포에 데시타빈을 처리하면 탈메틸화로 인해 전사 과정이 활성화되면서 수많은 리보핵산(RNA)이 생겨나는데 ‘이중나선 RNA(dsRNA)’가 암세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데시타빈을 투여받은 환자 중 많은 수가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dsRNA와 상호작용하는 dsRNA 결합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dsRNA와 직접 결합하는 ‘스타우펜1(Staufen1)’ 유전자가 데시타빈의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스타우펜1의 발현이 억제된 세포에서는 dsRNA가 빠르게 제거돼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암세포의 사멸 역시 관찰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다른 종류의 탈메틸화제인 아자시티딘을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 46명에게 투여한 결과에서도 치료 효과가 없는 그룹에서 스타우펜1의 발현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모습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이 유전자를 바이오마커(질병의 진행 정도를 진단하는 생체 표지 인자)로 활용해 데시타빈과 아자시티딘과 같은 DNA 탈메틸화제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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