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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기자의 눈] 국가부채 1,985조원과 5번의 '양호하다'

박효정 경제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 재정으로 큰 폭의 재정 적자가 발생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선진국이나 세계 평균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양호한 수준입니다.”

5일 강승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차관보)은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12조 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 이같이 평가했다. 112조 원의 적자는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지난해 재무제표상 국가 부채는 1,985조 3,000억 원으로 2,000조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지난해 국가 결산 내용을 브리핑하는 17분간 ‘양호하다’는 표현을 다섯 번이나 사용했다.

국가 채무 비율이 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0%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재정수지 적자 폭과 채무 비율 증가 폭도 주요 국가 대비 ‘양호하다’고 했다. 주요 국가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고령화에 대비한 반면 우리 사회구조가 급격한 고령화를 거치며 바뀌고 있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고령사회에 도달할 당시 국가 채무 비율은 독일이 14.1%, 프랑스가 32.8%였다. 우리나라는 국가 채무 비율 40.8% 시점에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올 1분기 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6.6%에 달한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복지 지출은 늘고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수입은 줄어든다. 지난해 112조 원의 적자도 그나마 부동산·주식 시장의 호황으로 국세 수입이 예상보다 약 6조 원 늘어나 선방한 결과다. 전년 대비 양도세는 7조 6,000억 원, 상속·증여세는 2조 원, 증권 거래세는 4조 3,000억 원이 더 걷혔다. 국가의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았으니 지속 가능한 세수는 아니다. 세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지출할 곳이 많아지면 국가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1일 ‘5차례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을 마련할 때마다 지원 범위를 넓혀 사각지대를 최소화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돌연 배포했다. 다섯 번이나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되풀이한 것은 누구를 위해서일까.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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