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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금융일반
[영상]현대차·쌍용차 '비상'···반도체 강국인 한국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시달리는 이유는

북잡하고 까다로운 반도체 시장 한 번에 훑어보기

우리나라는 시스템 반도체 아닌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 1/2에 그쳐

차량용 반도체 제작 맡는 건 삼전·SK하이닉스 아닌 대만 TSMC

앞으론 국내에서도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해야







여러분 혹시 ‘규석기 시대’라는 단어 들어보셨나요? 규소, 즉 반도체의 원료가 되는 물질의 이름을 따서 현대 문명을 규석기 시대라고 부른다는데요. 무려 국가기록원에 버젓이 존재하는 말입니다. 솔직히 좀 낯선 단어이긴 하지만, 반도체가 우리 삶에 그만큼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숨 쉬듯 사용하는 스마트폰, 컴퓨터부터 USB, SD카드, 그리고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까지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전자기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니까요. 특히 한국은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강국이기도 하죠. 우리나라 시총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반도체 기업인 것만 봐도 반도체가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1과 0로 이루어진 디지털 언어와 반도체

그런데 대체 반도체가 정확히 뭐냐고요? 사전적 의미부터 살펴보자면 반도체는 전기가 통하는 도체,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중간 단계인 물질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부도체인 순수 규소에 약간의 불순물을 섞어 ‘상황에 따라’ 전기가 흐르게 했다 흐르지 않게 했다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건데요.



그렇다면 왜 전기가 흘렀다 안 흘렀다 하는 게 이렇게나 중요할까요? 바로 전기의 흐름에 따라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디지털 언어, 1 또는 0을 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류의 흐름을 이용해 이미지와 논리 구조 등 각종 값을 컴퓨터의 문법으로 변환할 수 있는 거죠.

1과 0을 표시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반도체 소자로는 ‘트랜지스터’가 있는데요. 이 트랜지스터들이 수없이 모여, 반도체 칩은 정보를 저장하고 연산을 수행하는, 일종의 두뇌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들어 있는 여러 반도체 칩들 중 하나의 칩에만 이 트랜지스터가 수십억 개가 들어있죠.

◇사용 목적에 따른 반도체의 분류, 각각의 특징은?



반도체는 쓰임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두 갈래로 나뉩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시스템 반도체는 저장된 정보를 기반으로 연산,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말하죠.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 볼까요? 먼저 시스템 반도체의 가장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는 바로 CPU입니다. CPU는 컴퓨터 시스템을 통제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처리하는 가장 핵심적인 칩이죠. 이 밖에 GPU, NPU, AP 등도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엔 휘발성 메모리, 비휘발성 메모리로 나뉩니다. 비휘발성 메모리는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를 말하는데요, 전원이 꺼져도 저장한 파일들이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게 바로 SSD, HDD 등의 비휘발성 반도체 덕분입니다.

반면 휘발성 메모리는 전원이 꺼지면 저장되지 않은 채 날아가 버리는 특성을 가졌는데요. 대신 적은 양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컴퓨터에선 D램이 여기에 속하죠.



CPU, SSD, 그리고 D램이 각자의 역할을 잘해야 컴퓨터가 잘 작동할 수 있는데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흔히 쓰이는 비유가 있습니다. 맛있는 요리가 완성되기 위해선 능력 있는 요리사(CPU)와 언제든지 수많은 재료를 꺼내올 수 있는 냉장고(SSD)와 필요한 재료들만 쏙쏙 꺼내와 미리 준비해놓을 수 있는 도마(D램)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이유

그러면 여기서 하나 질문!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중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뭘까요? 맞아요. 바로 시스템 반도체예요.



현재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2배인데요. 컴퓨터, 스마트폰, 각종 웨어러블 기기부터 냉장고, 드론, 자동차까지 시스템 반도체가 안 들어가는 곳이 없기 때문이죠.

특히 자동차의 경우엔 시스템 반도체가 200~300개씩 필요한데요.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 한 대당 2,000개가 넘는 시스템 반도체가 필요해질 예정입니다.

◇국내외 자동차 공장 일시 정지, 이게 다 반도체 때문?



자 그럼 혹시 이 기사 기억나시나요? 자동차에 쓰이는 반도체가 부족해서 전 세계 자동차 공장들이 멈추고 있다는 기사요. 테슬라에 이어 GM, 포드가 생산라인을 중단시켰고, 독일 폭스바겐, 아우디도 한 달 가량 자동차 생산을 멈추겠다고 발표했죠.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을 줄여야 해서 힘들었는데, 올해 들어선 반도체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감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 사태를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기아차에서 30일 공개한 전기차 EV6의 경우엔 관심과 수요가 폭발해 사전 예약이 신기록을 세울 정도였지만, 당장 다음 주부터 생산이 중단될 예정입니다. 반도체 부품들의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만 강국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인 줄 알았는데, 왜 국내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냐고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우리나라 기업에 먼저 반도체를 만들어줄 순 없는 거냐고요? 아쉽게도 그건 불가능해요.

바로 우리나라가 자동차에 쓰이는 시스템 반도체 강국이 아닌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기 때문이에요.



반도체 시장에서 한가락하는 기업들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도시바 등 굉장히 많은데요.

제작하는 반도체의 종류와 제작 파트에 따라 각자 역할이 조금씩 달라요. 예를 들면 요즘 핫한 대만 기업 TSMC는 다른 기업들로부터 시스템 반도체 설계도를 받아 제작‘만’ 해주는 기업이에요. 그래서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미국·독일·일본 등이 한국이 아닌 대만 정부에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해달라고 요청하고 나선 거죠. 반도체 제작 생태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은 다음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를 설계부터 제작까지 쭉~다 하는 종합반도체기업인데요. 이 두 기업이 중점적으로 만드는 건 D램이나 낸드 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예요. 덕분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70%가 넘죠.

우리나라 기업들이 반도체 시장에 처음 뛰어들 당시 메모리 반도체인 D램 양산을 목표로 삼아, 차근차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거든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끔 기사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라는 단어를 볼 수 있는데요. 이는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반도체들을 다 합쳐서 부르는 말로 메모리 반도체가 유독 강한 한국에서만 쓰이는 용어예요.

◇ 메모리 반도체가 ‘대한민국표 반도체’가 된 이유

그런데 왜 시스템 반도체가 아닌 메모리 반도체를 택했냐고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건 반도체가 산업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각광 받기 시작한 지 30년 가까이 지나버린 시점이었어요. 엄청난 후발주자였죠.

그렇다 보니 여러 반도체 분야 중 어떤 부분에 집중할지 결정하는 건 아주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당시 반도체 시장의 두 강자는 미국과 일본이었는데요.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인 CPU는 미국의 공룡 기업 인텔이 꽉 잡고 있어서 넘보기 쉽지 않았어요. 특히, 시스템 반도체는 복잡한 설계 기술이 핵심인 분야거든요.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미세 공정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큰 분야였어요. 따라서 시스템 반도체보다는 메모리 반도체가 조금이나마 더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죠.





삼성전자는 1983년 본격 반도체 진출을 선언한 후 9개월 만에 64K D램 개발에 성공하고, 그 후 9년 뒤엔 세계 최초로 64M D램 개발에 성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합니다.

그런데 마침 반도체를 둘러싼 미일 간 갈등이 격화되자 일본에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이 일본 반도체 업체들을 덤핑 혐의로 USTR에 제소하고, 결국 일본이 울며 겨자 먹기로 ‘미일 반도체 협정’에 서명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D램 분야의 강자였던 일본 기업들의 상황은 어려워졌죠.

이런 상황은 열심히 기술을 다지며 준비해온 삼성전자엔 기회로 작용했는데요. 그렇게 1993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서게 되죠. 이후 30년 가까이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고요. 2011년 12월엔 처음으로 인텔을 제치고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시가 총액 세계 1위에 올라서기도 했죠.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이제는 시스템 반도체도 키워야



이렇게 메모리 시장을 꽉 잡고 있는 한국이지만,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선 입지가 너무 작은 게 사실이에요.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대에 그치죠.

물론 메모리 반도체도 중요하긴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의 비중과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TSMC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총 1위로 올라선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삼성전자는 지금 시스템 반도체 중 하나인 GPU를 생산하는 엔비디아에도 밀려 시총 3위로 내려온 상황입니다.



시스템 반도체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해요.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기계가 점점 더 똑똑해지는 데 있기 때문이죠. 기계의 ‘지능’을 높이기 위해선 점점 더 성능이 좋은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어내야 해요.

앞으로 점점 더 커질 반도체 시장. 국내 기업들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넘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갈 수 있을까요?

/정민수 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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