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활황세를 이어가자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자금 회수 방안으로 기업공개(IPO)를 선택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인수합병(M&A) 거래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게 되자 상장으로 우회해 수익률 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특장차 제조업체 전진건설로봇(옛 전진중공업)은 최근 기업공개(IPO)를 결정하고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회사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장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바이아웃(경영권 매수) 거래에 집중했던 사모펀드 운용사 웰투시인베스트먼트의 첫 IPO 회수다. 전진건설로봇의 최대주주는 전장기업 모트렉스와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공동으로 설립한 ‘모트렉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제2호' PEF다. 해당 펀드는 전진건설로봇의 지분 81%를 보유하고 있다.
IPO는 사모펀드들의 주요한 자금 회수 방안 중 하나이지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선택지는 아니었다. 상장 후 잔여 지분을 회수하기까지 많은 제약이 따라서다. 구주 매출로 부분 회수를 마친 이후에도 펀드 만기를 고려해 추가적인 매각 작업이 불가피하다. 지분율을 낮추거나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는 상장 후 블록딜도 진행하는데 이 같은 오버행(주식 시장에서 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과잉 물량 주식) 가능성은 회사의 주가 관리를 어렵게 하는 잠재적 위험으로 거론된다. PEF 소유회사의 두드러진 특징인 고배당 성향도 상장 후 유지하기 어렵다.
실제 국내 시장에서 PEF가 지배하는 기업이 상장에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힌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했던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과 VIG파트너스의 삼양옵틱스가 대표적이다. 상장을 추진한 기업도 있지만 사모펀드의 경영 투명성의 문제로 거래소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 받아 M&A로 선회하는 일도 다반사다.
하지만 최근 1년간 주식 시장이 호황세를 이어가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상장을 위한 기업가치 산정시 적용할 수 있는 비교기업의 배수가 높아지면서 M&A 거래 배수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 한 사모펀드는 보유하고 있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A의 경영권 거래를 시도할 당시 주가수익배수(PER)기준 10배 미만에서 가격이 형성돼 매각을 접었다. 이후 상장으로 우회해 증권사와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적용 가능한 배수는 20배를 훌쩍 넘겼다. 해당 업체는 IPO 주관사를 선정 중이다.
사모펀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장 시 할인율을 적용해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M&A 거래보다 가격이 월등히 높아 IPO로 회수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조윤희 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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