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받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급등한 데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부품 쇼크’가 현실화하자 삼성전자가 부가가치가 높은 OLED 패널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사 계약이 성사될 경우 삼성이 LG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 받는 첫 사례로 글로벌 전자 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경영진은 최근 회동을 갖고 OLED 납품을 논의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급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세부적인 사항을 확정하는 실무 협의만 거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차례 불발됐던 협상이 재개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패널 공급계약 논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종 계약이 성사될지는 미지수지만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경쟁 관계에 있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 구매를 검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OLED TV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던 삼성전자가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LCD 가격 상승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수요가 급증하며 LCD 패널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옴디아가 집계한 TV용 55인치 패널 가격은 지난해 7월 121달러(약 13만 원)에서 지난 2월 194달러(약 21만 원)로 올랐다.
또 그동안 패널 가격을 낮게 책정해 적자를 키워온 중국 LCD 제조사들이 당분간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반도체 부족으로 디스플레이구동칩(DDI)과 같은 다른 부품 가격도 급증해 LCD TV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전체 LCD 사용 물량 가운데 30% 이상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 받아왔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을 연내 중단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안정적인 패널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와 접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입장으로서도 LG전자 이외의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TV용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지만 생산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확보할 경우 TV 제조사들의 OLED 패널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수 있어 양사가 ‘윈윈’하는 계약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TV 설계 보안 문제는 이번 논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OLED 패널을 받기 위해서는 LG디스플레이에 TV 설계도를 제공해야 하는데 경쟁사에 이를 선뜻 공개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도 삼성전자가 LG OLED 패널 적용을 검토했지만 실무 협상 과정에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LCD 가격이 급증하며 삼성전자로서는 수익률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이전과 다른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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