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인 세종텔레콤은 기간통신사업자다. 유무선전화 등 종합통신서비스 및 전기공사업이 주요 사업 분야다. 그러나 주요 사업인 유무선전화서비스 시장이 줄어들면서 미래 먹거리를 물색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세종텔레콤이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한 까닭이다.
세종텔레콤은 지난 2018년 블록체인 기술 개발 신규사업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이듬해 블록체인 메인넷 ‘블루브릭(BlueBrick)’을 공개하고, 블록체인 회사 비브릭(B-Brick)을 인수했다. 올해는 주력 사업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달 16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세종텔레콤 본사에서 박효진 세종텔레콤 부사장을 만나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내용과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 부사장은 “지난 3년 간 여러 블록체인 사업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고자 했는데 규제 때문에 블록체인 사업을 하기 힘들었다”며 부산 블록체인 규제 자유특구사업에 지원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세종텔레콤은 지난 1월부터 부산에서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집합투자 및 수익배분 서비스 ▲블록체인 기반 의료 마이데이터 비대면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소액으로 부동산 투자, 유사 서비스 시장에 이미 있어…차이점은?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집합투자 및 수익배분 서비스는 소액으로 빌딩 등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다. 부동산 운용 수익에 대한 권리를 갖는 수익증권을 플랫폼 상에서 거래할 수 있다. 이 수익증권을 투자자끼리 언제든 사고 팔 수 있어 현금화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거래 내역 등은 블록체인 위에 기록돼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다만 이 서비스는 전에 없던 혁신적 구조는 아니다. 이미 시장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규제샌드박스를 받은 ‘카사’란 이름의 유사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카사와 세종텔레콤이 준비 중인 서비스 간 차이점을 묻자 박 부사장은 “카사코리아는 집합투자업자가 아니라 신탁사를 끼고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에는 신탁법에 따라 신탁사가 부동산 계약에 대해 수익증권 발행이 금지돼 있는데, 이 부분에 한정해 (카사코리아가) 특례를 받은 것”이라며 “문제는 카사 앱 내에서 투자자 간 수익증권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것과 별개로, 법에 따라 소유주가 바뀌었다는 점을 매번 공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구조는 취급하는 투자상품이 증가할수록 공증에 들어가는 부담도 커져 비효율적이란 주장이다.
박 부사장은 이를 두고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하며 “세종텔레콤은 집합투자업자가 진행하기 때문에 (수익증권의 소유권이 바뀔 때마다) 공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자등록법에 따르면 집합투자업자는 발행한 증권을 예탁결제원에 전자등록해야 한다. 세종텔레콤이 준비 중인 서비스는 수익증권을 예탁결제원에 연동하는 동시에 블록체인에도 관련 데이터를 기록하는 구조다. 박 부사장은 “향후에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와 예탁결제원에 저장된 데이터를 비교해 안정성을 입증하고, 예탁결제원에 전산 처리하는 과정을 없애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물론 이러한 계획이 실현되려면 법 개정이 필수다. 박 부사장은 “전자등록법은 안전하게 ‘중앙화된 기관’에 관련정보를 등록하라는 것이고, 블록체인은 이를 ‘탈중앙화된’ 분산원장에 저장하겠다는 취지라 서로 맞지 않는다”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법조계 전문가들과 함께 어떤 법이 필요한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
개인 의료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박 부사장은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개인 의료 정보를 제약사 등 사기업에 제공하고, 여기에 동의한 개인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때 블록체인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금융 쪽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이 활성화된 것처럼 의료 쪽에서도 이 개념을 활용해보자는 차원에서 부산시에 이 사업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기존 앱에 블록체인 적용해 BaaS 생태계 구축
세종텔레콤은 자체 개발한 메인넷 블루브릭 기반으로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Blockchain As a Service)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여타 BaaS 사업자와 비교해 세종텔레콤의 경쟁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박 부사장은 “실제 비즈니스 모델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앱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세종텔레콤이 출시한 앱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광고 푸쉬를 받으면 포인트로 리워드를 받는 적립 서비스 ‘포인트통통’을 예로 들었다. 여기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광고 보기, 퀴즈 적립 등을 통해 모은 포인트를 토큰화하고, 이를 다양한 수요처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우선 올해는 부산 규제자유특구 사업에 집중하고,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중으로 여러 앱과 블록체인을 연동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법 개정 선행돼야 블록체인 사업 활성화 가능
박 부사장은 부산규제자유특구 사업을 진행하며 “금융위, 중기부, 법무부 등 여러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어느 지역이 됐든 규제자유특구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 기업들 보고 와서 법을 뚫고 사업을 하라고 하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 “수익증권뿐 아니라 다양한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도예리 기자 yeri.do@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