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백신 접종과 함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 중인 미국의 인플레이션 확산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국은행이 11일 경고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이날 발표한 ‘최근 미국 물가 여건 점검 및 전망’에 따르면 미국 물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개선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오름세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2월 1.7%로 지난해 11월의 1.1%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역시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 대비 1.1% 오르는 데 그쳤지만 올 2월에는 1.6% 상승했다. 개인소비지출 물가는 가계 부문 전체 지출에서 산출돼 소비자물가보다 좀 더 폭넓은 지표라고 평가된다.
에너지 가격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가운데 식료품비와 외식비 등은 꾸준히 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전년의 하락에 따른 반사 효과와 ‘보복 소비’ 증가 등으로 향후 몇 달간 오름세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률은 1월 20.5%로 크게 높아져 소비 여력이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의 인플레이션 발생 확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인플레이션 불확실성 수준도 올 들어 높아졌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보면 수요의 경우 경기부양책에 따른 소득 기반 강화와 자산 가격 상승 등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숙박·항공 등 대면 경제활동이 여전히 제약을 받아 서비스 가격 상승 압력은 크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원유·금속·반도체 등 주요 원자재와 부품 가격이 최근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수입 물가도 올 들어 오름세로 돌아선 상태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코로나19 진행 상황과 원자재 값 동향, 재정 지출 시기 등 다수의 불확실성이 있어 서비스 부문의 회복과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변화 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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