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기관이 체감하는 가계 신용위험도가 3개월 만에 두 배 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가계 소득이 부진한데 금리 상승이 예상되자 2분기에 대출 문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 행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국의 가계 대출 규제 강화가 예상되자 국내 은행들은 2분기 대출 태도를 한 층 깐깐하게 잡고 있다. 고객별 대출태도지수는 대기업 -2, 중소기업 6, 가계 주택부문 -18, 가계 일반부문 -9 등으로 집계됐다. 가계 부문은 1분기 대출 태도지수가 모두 -6이었는 데 한 층 악화됐다.
지수가 마이너스(-)를 보이면 대출 태도를 강화하겠다는 금융기관 관계자가 많다는 의미다. 조사는 지난달 15일부터 26일까지 국내 은행 17개를 포함한 금융기관 201곳을 대상으로 했다.
은행들은 특히 금리는 오르는데 가계의 소득 개선은 정체되자 가계의 신용위험도를 1분기 9에서 2분기 24로 2배 넘게 높였다. 이 수치는 높을수록 신용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중소기업도 5포인트(21→26) 상승했지만, 대기업(6)은 변화가 없었다.
가계의 대출 수요는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주택부문 대출 수요는 9에서 -12로 떨어졌지만 생활자금 수요 등을 보여주는 가계 일반부문 대출 수요는 1분기 12에서 2분기 15로 상승했다. 중소기업 역시 운전자금 수요와 불확실성에 따른 유동성 확보 필요성에 대출수요지수가 15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은은 신용위험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하면서 은행 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 신용카드사 등 비은행금융기관도 2분기에 대출 태도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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