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이달 중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무주택 서민 실수요자들에 대해 대출 규제가 완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민용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가격 6억 원 이하, 부부합산 연 소득 8,000만 원 이하’라는 요건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전체 주담대 잔액의 10%를 밑도는 실정이다. 정치권에서도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잇는 대출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무주택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 높이는 방안, 소득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이는 현재 요건이 까다로워 서민에게 크게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지역에서는 LTV 40%가 적용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주택가격 6억 원 이하에 부부합산 연 소득이 8,000만 원 이하(생애 최초 구입자 9,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에 한해 LTV가 10%포인트 더 우대된다. 이 같은 기준은 지난해 7월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통해 소득 기준을 이전보다 1,000만 원 높이면서 확정됐다.
서민 우대가 적용된 주담대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이전보다 더 확대됐으나 실제 관련 주담대 취급은 저조하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으로부터 규제 지역 내 주담대의 서민·실수요자 요건을 충족해 LTV·DTI를 최대 10%포인트 우대 적용받은 대출의 신규 취급액은 1조 3,000억 원이다. 같은 기간 규제지역 내 전체 주담대가 18조 6,000억 원인 점에 비춰보면 서민 우대가 적용된 주담대 비중은 약 7%다. 소득 기준을 완화하기 전인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서민 우대가 적용된 주담대의 신규 취급액은 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서민 우대가 적용되는 주택 가격의 기준(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경우 6억 원 이하)을 상향 조정하고 연 소득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3월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주택 매매 가격은 8억 2,057만 원으로 서민 주담대 기준인 6억 원을 훨씬 넘는다. 실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 지역의 아파트는 평균 매매가가 10억 원을 넘어섰다. 윤 의원은 “직장 가깝고 아이 키우기 편한 곳에 살고 싶은 실수요자까지 규제로 묶어둘 필요가 없다”며 “투기적 요소가 없다면 원리금 상환을 감당할 만큼 한도를 늘려주는 등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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