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여가 스타트업 라이벌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외형 규모가 최근 큰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두 스타트업의 '오너십 경영' 유무가 그 배경이란 분석이 나온다. 창업자와 전문 경영인이 경영하는 야놀자는 공격적 투자를 통한 사업 다변화로 매년 100% 가량 매출이 성장하는 데 비해 영국계 사모펀드에 인수된 여기어때는 극단적인 보수 경영으로 수익성은 유지하지만 성장은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기어때는 대주주인 CVC캐피탈로부터 현재까지 100억원 규모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CVC캐피탈에게 인수될 때만 해도 1,000억원 가량 신규 투자를 약속받았는데 2년이 지나도 '수비 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탈은 지난 2019년 9월 여기어때 운영사 위드이노베이션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당시 성장성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과 관련 기업 지분 투자를 위한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약속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현재까지 약정 금액의 10% 정도만 투자받은 것은 CVC캐피탈의 보수적인 경영 방침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여기어때가 관련 기업 투자나 M&A를 위해 자금이 필요하면 CVC캐피탈로부터 신규 자금을 받는 구조다. 하지만 현재까지 여러 거래 건이 있을 때마다 사모펀드의 보수적 경영 방침에 인수나 투자를 포기했다.
경쟁사 야놀자는 오너십과 전문 경영인 체제를 바탕으로 여기어때가 포기한 투자와 M&A를 성사시키면서 지난 2~3년 간 완전히 다른 회사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야놀자가 해외여행 플랫폼 스타트업 '트리플'에 100억원 규모 투자를 할 때만 해도 처음에는 여기어때가 투자를 검토했다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말 호텔예약 스타트업 '데일리호텔' 인수 당시에도 여기어때는 비싼 가격에 인수 검토를 중단하고 결국 야놀자가 데일리호텔의 주인이 됐다. 이밖에 야놀자는 같은 해 클라우드 객실관리시스템(PMS) 기업도 인수하며 사업 다변화를 위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여기어때가 인수나 투자를 한 기업은 망고플레이트로 규모는 20~3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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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의 다른 경영 전략은 실적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당시만 해도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매출액은 각각 545억원, 517억원으로 비슷했는데 지난해는 3,000억원(추정치), 1,287억원으로 50% 넘게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액 성장세도 차이가 난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야놀자의 지난해 결제금액 추정치는 1조274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상승했다. 반면 여기어때는 같은 기간 0.9% 증가한 5,95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여기어때는 보수적 경영 기조를 바탕으로 흑자는 점점 커지고 있다. 여기어때의 올해 영업이익은 1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나 증가했다. 이는 비용 통제 확대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오너십 부재에 따른 보수적 경영에 여기어때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당장 눈앞의 수익성 확대보다는 미래의 성장성을 바탕으로 한 외형 확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수익성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가치 확대를 위한 투자와 외형 증가를 원하는 회사 안팎의 기대감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최문석 여기어때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급변하는 여행 비즈니스 환경에 발맞춰 올해에는 다양한 사업 확장을 위한 M&A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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