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 경제는 더 강한 성장과 고용을 앞두고 있으며 지금이 변곡점이라고 밝혔다. 미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증가를 우려되는 리스크로 꼽아 현 실업률·물가 등이 관리 가능한 수준임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11일(현지 시간) 미 CBS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가 훨씬 더 빨리 성장하기 시작하고 일자리도 훨씬 더 빨리 창출하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실제로 변곡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제”라며 “그것은 광범위한 백신 접종과 강력한 재정적 지원, 강력한 통화정책 지원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전망으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6∼7% 범위이거나 조금 더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30년래 최고치"라며 "실업률도 현재 6%에서 상당히 줄어 4∼5%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파월 의장은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 회복의 반대급부로 인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이 예상보다 일찍 긴축에 나서면 신흥국의 자본 유출, 자산 버블 붕괴 등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강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이코노미스트 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6.41%로 집계됐다. 지난달 조사치(5.95%)보다 0.46%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WSJ는 “올해 미국이 6.4%의 성장률을 달성하면 도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인 1983년에 기록했던 7.9% 이후 최고”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가팔라질수록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WSJ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13일 발표되는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에 비해 크게 뛸 것으로 봤다. 2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했는데 6월에는 3%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12월에는 2.6%로 다시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상대적으로 부진한 신흥국의 성장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6일 세계 경제 전망을 통해 저소득 신흥국의 올 성장률 전망치로 선진국(5.1%)보다 낮은 4.3%를 제시했다. 신흥국의 경기부양이 미국보다 미진한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도 느려 회복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자칫 미국이 당초 전망보다 빨리 긴축으로 선회하면 신흥국의 타격으로 연결될 소지가 다분하다.
일단 파월 의장은 올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미국이 더 성장하기 위한 변곡점에 있다”는 표현 자체가 ‘연준의 의사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장의 의구심을 키우는 것도 사실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달 30일 “미국 금리가 오르면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들로부터) 자금이 빠져나올 것”이라며 “이는 대외 금융 의존도가 높고 부채 비율이 높아진 신흥국에 커다란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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