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로 재직하면서 한국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한 데 따른 반성문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총리는 12일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그룹 사옥에서 열린 하나은행 선후배와의 대화 자리에서 “공직 생활 중 한국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노력했지만 크고 처절한 좌절을 겪었다. 이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집필 중인 책은) 공직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두 번의 처절한 좌절에 대한 이야기”라며 “첫째는 국장 때인 지난 2005년 ‘비전 2030’ 작업을 할 때였고 둘째는 부총리로 있으면서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보자고 시도했던 것에 대한 경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 패러다임 변화라고 하는 것은 늘 추구했던 건데 개발 경제 패러다임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했었고 일종의 제 반성문이다”며 “제가 이루지 못한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는) 지금도 진행형인데 제가 누굴 비판하고 그런 게 아니라 자기반성, 성찰의 성격”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한국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살펴보기도 했다. 김 전 부총리는 “(대한민국 경제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과거 한국 경제가 해온 성공 경험을 버리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아직도 개발 경제 시대의 경제 운영 방식, 국가 계획주의, 관 주도주의, 경제를 보는 시각 이런 게 과거의 성공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부총리는 ‘은행원 선배’로서 자신의 경험담을 5~10년 차 은행원 후배들에게 전했다. 그는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반란, 나 자신의 틀을 깨는 반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사회를 뒤집는 반란, 세 가지의 반란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사회의 지도층, 많이 배운 사람, 더 가진 사람, 힘센 사람들이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솔선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총리는 ‘흙수저’ 출신의 엘리트 관료로 손꼽힌다. 청계천 판자촌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한국신탁은행(현 하나은행)에 입사했다. ‘낮에는 은행원, 밤에는 고시생’의 생활을 하며 야간대학을 다닌 끝에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 사무관, 김대중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 이명박 정부 경제금융비서관·예산실장·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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