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7년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겠다”며 “다주택자 분들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3년 후인 지난해 정부는 4년 단기임대 및 8년 아파트 장기 일반매입 임대 제도를 폐지했다. 기존 등록 임대주택은 임대 의무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등록 말소되도록 했다. 임대주택 사업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것이다.
# 정부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기업의 지주사 전환을 독려했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투명한 지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관련 규제까지 풀어가며 기업들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을 현행 20%에서 30%(비상장은 40%→50%)로 규제를 강화했다. 재계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장려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규제를 강화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기업과 가계, 민간 경제주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에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가계는 지출을 꺼린다. 그런데 그 불확실성을 다름 아닌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면 어떨까.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주요 20개국 가운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사태를 겪은 영국 다음으로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만큼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요 20개국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지표로 산출해보니 한국이 영국 다음으로 컸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스콧 베이커 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 교수·닉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스티븐 데이비스 미 시카고대 부스스쿨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주요 20개국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를 토대로 해당 지수의 변동성을 계산했다. 지수의 전년 대비 증가율의 변동성을 산출해 그 값이 크면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그 결과 영국(81.1), 한국(43.7), 브라질(41.6), 아일랜드(40.2), 호주(39.7) 순이었다. 미국(28.9), 일본(33.7), 프랑스(22.2), 독일(33.8) 등 주요국은 우리나라보다 크게 낮았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단위로 봤을 때도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적으로 커진 국가는 우리나라와 스페인뿐이었다. 한경연은 “불확실성이 컸던 영국과 아일랜드는 브렉시트 협상으로 혼란이 있었다”며 “브라질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정치·사회적 혼란이 컸다”고 설명했다.
정책 불확실성은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한경연에 따르면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10% 증가하는 경우 주가는 1.6% 빠졌고 국내총생산(GDP)은 0.1% 하락했다. 설비투자도 0.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의 한 관계자는 “경제정책이 일관되지 못하고 자주 변경되거나 예측하기 어렵다면 경제주체인 기업과 가계는 투자 등과 같은 중요한 경제활동을 합리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일관성이 떨어지는 대표 정책으로 부동산과 원전 정책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가 국내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원전 수출을 지원하는 정책이 상호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등 금 정책도 투자자들에게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경제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