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보험의 가입자 수가 3년 만에 11배 이상으로 폭증하면서 ‘달러 보험’ 주의보가 켜졌다. 이 같은 판매 급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 본래의 기능보다는 재테크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당국도 환차손에 대한 설명 부족 등 불완전 판매가 우려되자 금융소비자법의 판매제한명령권 행사까지 고려하고 있다. 한화·교보생명 등 일부 생명보험사들은 달러 종신보험의 출시 일정을 보류하기도 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총 11개 사의 외화 보험 계약자 수는 2017년 1만 4,475명에서 지난해 16만 5,746명으로 11.5배로 급증했다. 2018년과 2019년은 각각 5만 7,219명, 10만 9,537명이었다. 금감원에 접수된 외화 보험 관련 민원 건수는 2018년 2건, 2019년 2건, 지난해 15건으로 증가했다. 19건 모두 상품 설명 불충분, 상품·약관 미설명 관련 민원이다. 김 의원은 “외화 보험은 환테크 등 재테크 수단이 아니다”라며 “금융 소비자들은 복잡한 상품 구조에 유의하고 금융 당국도 시장 현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외화 보험은 상품 구조는 원화 보험과 같지만 보험료 납부와 지급이 모두 달러 등 외국 통화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2003년 AIA생명 한국 지점이 처음으로 출시한 후 올해 1월 기준 총 11개 생보사(달러 보험 11개 사, 위안화 보험 2개 사)가 외화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외국계 보험사들은 환율 관련 시스템과 외화 상품 개발 기반을 갖추고 있어 판매에 더 적극적이다.
이처럼 외화 보험이 최근 3년 새 급증한 것은 유학 자금이나 안전 자산을 달러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미국 국채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화 보험에 비해 적용이율이나 예정이율이 높아 보험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환차익을 노린 재테크 상품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강세를 띨 경우 오히려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1년 전에 비해 12%가량 떨어진 상황이다.
금융 당국은 환율 변동에 따라 보험금이 변동된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할 경우 보험금 지급 시점에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앞으로 외화 보험 신상품에 사전 신고제를 도입해 판매 단계에서부터 적합성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3~5년 이상 외화 장기보험에 대해서는 사전 신고를 한 후 금감원에서 승인해야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추후 외화 보험에서 대형 사고가 날 수 있는 만큼 문제를 꼼꼼히 따질 것”이라며 “향후 민원이 폭발할 가능성도 큰 만큼 판매제한명령권 행사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금융 당국은 외화 보험을 적극 판매 중인 보험사들의 상품 담당 책임자들을 불러 환율 변동으로 인한 고객들의 손실을 막을 방법을 강구하고 모범 규준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보험 업계는 금융 당국의 사전 판매 승인은 과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해외 주식투자도 많이 하는 만큼 달러 상품에 대한 수요는 분명이 존재한다”며 “적합한 사람한테 적절하게 팔면 되는 것이 소비자보호법의 원리”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험 업계 관계자도 “환차익 단기 상품으로 보험을 판매하는 것은 문제지만 무조건 나쁜 상품이라는 인식도 좋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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