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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엔지·글로비스 지분 발판 삼아...정의선 '지배력 강화·순환출자 해소' 포석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탄력]

정의선, 현대엔지니어링 상장하면 1.2조 자금 확보

글로비스 매각대금까지 활용 모비스 지분 확대할 듯

연내 지배구조 개편 완료후 미래 모빌리티 전략 가속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성사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룹 지배 구조에서 핵심 계열사는 아니지만 지배 구조 개편의 근간인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와 오너가 승계를 위한 ‘자금줄’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이번 상장을 시작으로 총수 일가의 낮은 지분율과 순환 출자 구조라는 약점을 해소하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그룹 지배 구조 개편과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비상장 기업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한 뒤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과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은 각각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72%와 4.68%를 갖고 있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몸값이 10조 원 이상으로 평가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 회장은 상장 후 약 1조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아가 현대모비스를 지배하고 현대모비스는 현대차를 지배하고 현대차가 다시 기아차를 지배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 출자 고리를 끊지 못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지배 구조 개편 방안을 구상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순환 출자 고리를 풀고 정 회장이 안정적으로 그룹 지배권을 다지려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정 회장은 지분 23.2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를 제외하면 핵심 계열사 지분이 없다. 정 회장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은 각각 2.62%, 0.32%에 그친다. 정 명예회장의 지분을 물려받더라도 두 회사의 지분율이 10%를 밑돈다. 여기에 수조 원대의 상속, 증여세도 부담을 더한다.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이 필요한 셈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과거 2018년에 추진했던 지배 구조 개편안 내용처럼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활용해 그룹 지배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개편안에는 현대모비스의 모듈, AS 부품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외국계 투기 자본과 소수 주주 등의 반대로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2018년 당시 주주 반발을 샀던 만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 합병 비율을 조정하거나 시장에서 공개 매수하는 방식으로 개편안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이 과정에서 모비스 지분을 늘릴 수 있는 밑천으로 활용될 수 있다.

내년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더한다.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두 사람이 합쳐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될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이들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10%를 매각해야 한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가 지분을 30%(상장사) 이상 보유한 기업에서 20% 이상 보유한 기업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일 증권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해 그 매각 자금으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산다는 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비록 지난해 회장 자리에 올라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남은 과제가 많다”며 “다음 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그룹의 ‘동일인’ 지정을 받고 지배 구조 개편까지 마무리해야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현대차의 마지막 걸림돌인 지배 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 미래차 중심의 모빌리티 전략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 시티도 빠르게 현실화시키겠다”고 했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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