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동맹 밸류체인을 내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국내 주요 기업의 미국 투자가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을 견제해 자국 내에 반도체·배터리 등 미래 산업 공급망(밸류체인)을 구축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드라이브로 우리 기업들이 줄줄이 현지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급망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반도체·배터리 기업의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는 미 테네시주(州) 스프링힐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16일(현지 시간) 발표할 예정이다. 총 23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가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LG와 GM은 이미 지난 2019년부터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3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합작 투자 공장을 짓고 있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워낙 빠르게 성장하는 측면도 있지만 미 행정부의 투자 요구에 부응하는 면이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인근에 추가로 공장을 짓는 방안이 유력하다. 앞서 한 외신은 “삼성전자가 오는 7월까지 투자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 등 글로벌 반도체·완성차 기업 경영진이 참석한 대책회의에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흔들며 “미국의 경쟁력은 당신들이 어디에 투자할지에 달렸다”고 압박한 가운데 조(兆) 단위 투자 계획을 내놓는 것이다. LG전자도 약 230억 원을 들여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증설에 나섰다.
윤여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매우 영리하게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밸류체인 구축은 단시일 내에 불가능한 만큼 이 같은 압박 움직임이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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