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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재건축 기대감에 집값 꿈틀, 종부세 부과 기준 9억도 올릴까

재보궐 선거 후폭풍에 여야 1주택자 세부담 완화 카드

집값 2배 넘게 뛰었는데 12년간 그대로, “12억으로 상향”

7·9월 고지서 나오면 재산세발 민심 폭발도 가능성

연이은 견제구, 홍남기 규제 완화 놓고 오세훈과 충돌?

15일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연합뉴스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직후 여야가 동시에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아직 정부는 기존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선거 후폭풍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내년 3월 대선까지 있는 만큼 민심을 달래기 위한 보유세 완화는 시기의 문제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선 홍영표 의원은 출마 선언과 함께 “주로 2가구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 많이 부담하게 했는데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재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홍 의원은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이 필요하다”라는 전제를 달긴 했으나 “부동산 정책은 사실 민주당이 가장 실패한 분야”라고 궤도 수정을 시사했습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 과세 대상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종부세 부과 기준 9억원이 주목받는 것은 집값이 급등하고, 아파트 공시가격까지 폭등하자 서울 아파트 6채 중 1채인 41만 가구가 종부세 부과 대상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종부세가 부자들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세금이 아니라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는 중산층까지 대상이 됐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9억원 기준은 2009년부터 12년째 그대로 인데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원에 육박하며 같은 기간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는 지난 2016년 6만 9,000명에서 2020년 29만 1,000명으로 4.2배 증가했습니다. 앞서 민주당 소속인 정순균 강남구청장도 종부세 과세대상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려달라고 기획재정부에 건의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선거 다음 날인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그간 제기된 다양한 의견들에 대해 그 취지를 짚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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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 0.5~2.7%에서 올해부터 0.6~3.0%로 높아진 1주택자 종부세 세율을 다시 낮출 수도 있으나 당정은 정책 후퇴로 보이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일단 6월1일 기준으로 올해 종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입법 절차 등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종부세율을 탄력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은 대선 주자들의 공약에 달려있다고 보입니다. 7월과 9월 재산세 고지서와 11월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뒤 여론이 폭발할 것을 생각하면 1주택자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세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기간 실거주한 사람에게 공제율을 끌어올리는 방식도 대안 중 하나입니다. 내년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95%에서 100%로 상승하고, 공시가격도 다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입니다.

종부세와 함께 재산세도 거론됩니다. 정부는 종부세에 대해서는 극소수만 해당 된다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재산세의 경우 정부가 공시가 6억 이하 주택에는 3년 한시적으로 세율을 낮췄지만, 올해 공시가 상승으로 6억이 넘는 곳은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낮은 재산세율을 적용 받는 특례 대상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겠다고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오 시장은 당선 후 처음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며 정부에 ‘공시가격 산정 제도 개선’을 촉구했고, 홍 부총리는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많이 반영 안 돼 있는 상황”이라고 정반대 인식을 보였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미세한 부동산 정책 변화라도 시장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정책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것과, 들끓는 민심을 달래는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내부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2·4 대책’ 발표 전후로 상승세가 꾸준히 둔화되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0.07%)이 10주 만에 다시 확대 전환했습니다.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한 오 시장이 당선되자 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노원(0.17%, 상계·월계동), 송파(0.12%, 잠실동), 강남(0.10%, 압구정동) 등 재건축 단지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기 때문입니다. 홍 부총리는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재건축 사업 추진에 따른 개발 이익이 토지주(조합)에게 과다하게 귀속될 수 있고, 이러한 기대가 재건축 추진 단지와 그 주변 지역의 연쇄적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시장 안정을 고려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오 시장에게 견제구를 던졌습니다. 오 시장도 ‘뜨거운 감자’인 재건축을 잘못 건드렸다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 고민이 깊어 보입니다. 집값 안정과 재건축 규제 완화는 반대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오 시장은 서울 집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자신의 공약인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합니다. 오 시장은 개발 기대감으로 집값이 과열되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상승 억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효과를 의문시하고 있습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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