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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객관적인 ‘K-ESG’ 평가 기준 만들어야

전희윤 산업부 기자





“측정할 수 없다면, 달성해낼 수도 없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측정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현재의 수준을 알아야 미래 발전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대응을 보면 드러커의 말이 떠오른다. ESG 선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SK를 포함해 KT·포스코·한진칼·삼양식품 등 기업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ESG는 이제 기업들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단순히 이익 창출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윤리 경영을 강조하는 ESG의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누구도 ESG의 개념부터 평가 기준까지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우선 기업 사이에서 ESG의 정확한 개념부터 정립돼 있지 않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30%가 ESG의 모호한 범위와 개념 때문에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ESG 경영의 애로 사항 1위로 꼽힌 항목이다.

개념과 범위가 모호하다 보니 평가 기준도 제각각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600개 이상의 ESG 평가 및 등급이 난립해 있다. 지표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면 개별 기업의 ESG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 롯데쇼핑이 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A등급을 받았지만 글로벌 금융 정보 회사 레피니티브는 100점 만점에 49점의 낮은 점수를 준 게 그 예다.

현재의 수준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면 미래 사업 방향도 수립하기 어렵다. 그만큼 발전의 동력도 떨어진다. 여기저기 난립하는 평가 지표를 보고 기업들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이유다.

ESG 경영이 단순 보여주기 식의 퍼포먼스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도 실질적인 평가 지표가 선행돼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의 기업 환경에 부합하며 신뢰할 만한 ‘K-ESG’ 지표가 성공적인 ESG 경영의 첫걸음이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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