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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코인 거래액 코스피 추월했는데...법·규정 구멍 숭숭

도지코인 하루 거래액 17.2조

코스피의 2조 넘는 광풍에도

거래소-은행 제휴 기준 없고

허위 공시 드러나도 처벌 못해

"금융 리스크로 전이" 우려 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의 현황판에 이더리움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단 한 개의 코인 하루 거래액이 코스피 1일 거래액을 뛰어넘을 정도로 암호화폐 광풍이 불고 있다. 관련 법·규제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지적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8시 50분부터 24시간 동안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의 원화 시장에서 도지코인이 17조 18억 원이나 거래됐다. 이는 16일 하루 코스피 거래 대금(15조 5,421억)이나 4월의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14조 9,372억)보다도 많은 규모다.

암호화폐 거래액이 코스피를 추월하면서 더 이상 암호화폐 투자 행위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상황이 됐지만 관련된 법·규정은 턱없이 부실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암호화폐거래소 규정이다. 지난달 개정된 특정 금융거래법(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는 오는 9월 24일까지 은행과 실명 인증 계좌 제공 제휴를 맺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이후에도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 현재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만 은행과 제휴를 맺었다. 하지만 은행이 거래소와 제휴할 때 봐야 할 항목에 대해 금융 당국 차원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은행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필수 평가 요소, 절차 등 최소한의 지침을 요청했지만 ‘각 은행이 개별적으로 기준을 마련해 평가하라’는 취지의 답을 받았다. 이에 은행들은 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 공통 평가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 용역까지 준 상태다.





투자자 보호의 가장 기본인 공시에 대해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주식은 허위 공시를 하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고 투자자가 피해를 보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다. 암호화폐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화폐 발행자를 처벌할 수도, 피해자가 구제를 받을 방법도 없다. 실제 지난달 암호화폐 ‘고머니2’는 5조 원 규모의 초대형 북미 펀드에서 투자를 유치했다는 공시를 내 100% 넘게 가격이 급등했다가 허위 공시로 드러나 상장폐지됐다.

암호화폐의 국내외 가격 차이를 이용해 해외 송금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도 막을 규정이 없다. 현재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에는 해외보다 10~20%가량 비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이를 악용해 국내 은행에서 해외에 송금을 한 후 해외에서 저렴하게 비트코인 등을 구매한 후 이를 국내 거래소로 들여와 비싸게 팔아 차익을 챙기는 거래가 상당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해외 송금 요청이 급증한 사례가 이를 의심하게 한다. 이들은 한 사람이 증빙서류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한도(건당 5,000달러, 연간 5만 달러 미만) 이하의 금액을 보내는데 은행은 암호화폐 관련 송금 규정이 없어 일반 자금 세탁 등 불법 거래를 위한 분산·차명 송금 관련 규제를 동원해 의심되는 건은 일단 막고 있다. 당국도 허점을 인지하고 관련 가이드라인 제공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야 해 단기간 내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이 금융 안정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 간담회에서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고, 금융 안정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고 우려했다. 빚을 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만약 가격이 급락할 경우 대출을 못 갚는 사람도 늘어나 금융 안정에 저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달 13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 대출 잔액은 136조 5,305억 원으로 3월 말(135조 3,877억 원)보다 1조 1,428억 원 늘었다. 잔액은 2월에는 전월보다 707억 원 오히려 줄었고 3월 2,194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다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대출이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열풍을 꼽고 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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