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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 상속세' 다음주 공개…1조 사재 출연 약속 지킬까

상속세 12~13조 추정…내주 초 상속 내용·절차 발표

13년 전 '삼성특검' 후 1조원 사재출연 약속 이행 촉각

'이건희 컬렉션' 미술품 기증, 주식 배분 방안도 공개

지난 2010년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가운데), 왼쪽부터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미국의 가전전시회(CES)에 참관했다./삼성 제공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납부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삼성 일가는 상속 내용과 절차 등을 다음주 초 공식 발표한다. 이날 발표에는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 방안을 포함해 주식 배분 방안과 사회 환원 계획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이 밝힌 1조원대의 사재 출연 약속이 13년 만에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유족은 최근 이건희 회장의 주식과 미술품, 부동산 등 유산 배분과 상속세 납부 방식에 대한 조율을 사실상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유족을 대신해 다음주 초 삼성 일가의 유산 상속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유족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주식 지분만 11조366억원에 달하고 미술품·부동산·현금 등을 포함하면 총 납부세액이 12조~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감정가만 2조5,000억~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총 1만3,000점의 '이건희 컬렉션'의 일부는 기증 쪽으로 가닥을 잡고 세부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증 규모는 1조~2조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이중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는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등에, 유명 미술 작가의 작품은 지방 미술관과 기증 절차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선 이번 발표에 삼성 일가의 사회 환원 계획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표적으로 2008년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이후 이건희 회장이 약속한 사재 출연이 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하다 실행이 지연됐고,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이 금액이 1조원가량 된다.

일각에서는 삼성 일가가 이번 기회에 이건희 회장의 사재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고인의 생전 약속을 지킬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사재 출연을 한다면 방식은 이 회장 명의의 재단 설립 가능성이 점쳐진다.

올해 2월 삼성의 대표적인 장학재단인 '삼성장학회'가 설립 19년 만에 장학사업을 중단한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니냐는 관측이나온다. 삼성장학회는 이 회장이 '인재경영' 철학을 담아 아들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직접 사재를 출연해 2002년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별도 재단 설립 없이 삼성생명공익재단 또는 삼성문화재단 등 기존 삼성 재단에 기부할 수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이 과거 이건희 회장이 했던 사재 출연 약속을 이행하기 좋은 기회"라며 "상징성이 있는 '이건희 재단'을 만들어 고인의 뜻을 이어간다면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이재용 부회장 등 가족이 결정할 사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집한 미술품 상당수가 기증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작품 규모와 기부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보 제216호 '인왕제색도'./문화재청 제공


이건희 회장이 소유한 삼성 주식에 대한 배분 방안도 다음주 공개된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4.18%와 삼성전자 우선주 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은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반면, 삼성생명(0.06%)과 삼성전자(0.7%)의 보유 지분은 미미하다.

법정 비율로 상속받으면 홍라희 여사에게 4.5분의 1.5(33.33%)의 가장 많은 지분이 돌아가지만, 이보다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지분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계열분리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증권가에선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이들이 가진 삼성 주식이 미미해 계열분리가 쉽지 않고 삼성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그룹 전체를 이재용 체제로 전환한 만큼 구조가 바뀔 가능성도 미미하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20%를 보유해야 하는데 수십조원의 재원이 들기 때문이다.

재계는 삼성 일가가 상속세 조달을 위해 그룹 지배구조의 하단에 있는 삼성SDS 지분을 일부 처분할 수 있지만 가능성이 작고, 하더라도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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