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두산이 그간 부진을 털어내고 신사업에 몰두한다. 그룹 내 흩어졌던 수소 사업 역량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발휘, 세계 수소 사업 주도권을 쥔다는 구상이다.
두산은 두산중공업(034020)과 두산퓨얼셀(336260) 등 계열사 전문 인력 약 15명을 모아 ㈜두산 지주 부문에 수소 태스크포스팀(TFT)을 최근 구성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TFT 구성으로 두산은 수소 사업 전반에 관한 전략 수립 및 실행을 본격화한다. 수소 TF팀장은 제후석 두산퓨얼셀 전략담당 상무가 맡게 됐다. 앞서 제 상무는 두산퓨얼셀과 ㈜두산 경영혁신 부문 두 곳에 적을 두고 그룹 전반의 수소 사업 전략을 담당했다.
기존에 두산이 그렸던 수소전략의 핵심에는 두산퓨얼셀과 두산중공업 조합이 있다. 두산퓨얼셀은 기존 발전용 연료전지 외에 선박용 연료전지, 수송용 파워팩(버스, 기차, 트럭), 수소충전소용 트라이젠 모델,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P2G사업 등 다양한 수소 관련 신규 산업을 계획했다. EPC 강점 갖춘 두산중공업은 두산퓨얼셀의 든든한 우군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수소 TFT 출범으로 이 같은 구도는 변할 수도 있다. 먼저 두산은 수소 사업 밸류체인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수소 생산·저장·운반·발전·모빌리티 등 수소 유통에서 활용까지 전 영역에서 신사업 기회를 포착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기준으로 두산은 북미 시장에 먼저 집중하기로 했다. 미국 각 주의 수소 시장 분석에 심혈을 기울인다. 미국 수소 시장 공략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두산퓨얼셀아메리카는 지난해 매출 2,424억 원, 순이익 89억 원을 올렸다. 박 회장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에 처음으로 참석해 “수소 연료전지 드론 등을 앞세워 북미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수소 TFT는 인수합병(M&A) 등 공격적으로 수소 관련 핵심 기술 확보에 나선다. 또 두산그룹의 기존 수소 기술 효율을 높일 전략도 세운다. 두산 관계자는 “그룹의 축적된 역량을 모아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며 “추가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략적 파트너를 찾거나 M&A를 통해 단기간에 역량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공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은 이미 상당한 수소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 발전 분야에서는 두산퓨얼셀이 독보적 기술로 국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최근 3년 연속 신규 수주 1조 원을 달성했다. 오는 2023년 매출 1조 5,000억 원 달성이 목표다. 두산퓨얼셀은 선박용 연료전지 개발에 뛰어들면서 발전 분야에 국한됐던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이 수소 드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양산했다. DMI의 경우 그동안 수소 드론으로 응급 물품 배송부터 가스 배관 모니터링, 장시간 산림 감시, 해상 인명 구조 기능을 선보이며 제품 성능을 입증했다. 지상에서도 수소 모빌리티 사업을 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소방 로봇 전문 기업 중신중공업카이청인텔리전스와 업무 협약을 맺고 소방용 수소 로봇 공동 개발에 나섰다.
두산그룹은 수소 생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말 제주도에서 시작한 ‘그린수소 실증사업’에 참여해 제주에너지공사의 풍력단지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두산은 수소를 압축 저장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경남 창원시 등과 함께 수소 액화 플랜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창원공장 부지에 2022년 준공을 목표로 수소 액화 플랜트를 건설 중”이라고 말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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