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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만드는 혁신성장

강성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지난 2004년 피앤지(P&G)는 ‘프링글스 프린트’라는 과자를 선보였다. 기존 프링글스 감자칩에 글자를 인쇄한 제품인데 제품 고안 당시 P&G는 그러한 인쇄 기술이 없었고 기술 개발에는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때 P&G는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탈리아의 한 빵집이 인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빵집과 협업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프링글스 프린트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당시 P&G 대표였던 앨런 조지 래플리가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을 강력히 추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개방형 혁신은 이제 기업 성장의 필수 전략이다. 특히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대기업은 혁신 스타트업과의 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애플은 2016년부터 5년간 인공지능 스타트업 25개 사를, 구글은 14개 사를 인수했다고 한다. 세계 굴지의 대기업도 스타트업의 혁신 역량을 수혈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또한 스타트업은 이 기회를 살려 대기업의 자본과 인프라를 활용해 사업을 안정되게 확장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간 폐쇄적 거래 구조를 유지했던 대기업들도 이제는 사내 벤처를 육성하고 외부와의 협업 체계를 마련하는 등 개방형 혁신을 적극 추진하는 모습이다. 이는 고유한 사업화 모델을 가진 혁신 스타트업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협업은 스타트업이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중요 지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최적의 협업 대상을 찾기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P&G가 이탈리아의 한 빵집을 찾을 수 있게 해준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와 같은 연결자가 우리 대기업과 스타트업 사이에도 필요한 대목이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을 도입했다. 대기업이 내부 자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제시하면 스타트업은 자사의 혁신 역량을 발휘해 문제 해결에 도전할 수 있도록 서로의 협업 대상을 찾아주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첫 시도임에도 높은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기업 등 17개 기관이 문제를 제시했고 스타트업 320개 사가 문제 해결에 도전했다. 그 결과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이 스타트업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대다수 유니콘 기업처럼 스타트업이 대기업과의 협업 없이도 잘 성장할 수 있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대기업과의 협업을 성장 발판으로 활용하는 스타트업도 분명 있다. 지난해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에 대한 스타트업의 호응이 이를 여실히 말해준다. 이에 올해는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혁신을 키우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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