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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F·ABS 등 '그림자금융'까지…가계부채 통합 관리하겠다"

■기조강연-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성장률 낮추는 단기·장기효과 기업부채보다 커"

"20대 '빚투' 증가율 200%... 日의 11배, 美의 4배"

"주식리딩방·유사투자자문 등 범죄 근절 추진"

"빅테크, 시장지배력 남용 관리해 나가야 해"

22일 열린 제20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서 진행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주제 강연을 한 참석자가 휴대폰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이날 포럼은 유튜브로 온라인 생중계됐다. /성형주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우리나라 가계 부채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부실화에 따른 충격이 왔을 때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 있는 만큼 다각적으로 마련 중인 대책도 예고했다. 특히 은행의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머니마켓펀드(MMF)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그림자금융’ 영역의 가계 빚까지 통합해 관리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윤 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제20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부실화로 인한) 부채 충격을 맞았을 때 가계 부채인 경우 기업 부채보다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가 특히 심하다”며 “가계 부채 증가에 대해서는 특히 (대책 마련 등을 통해) 많이 신경써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증가세는 가파르다. 지난 2019년 4%로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8.4%까지 치솟았다. 신용 대출이 늘어나는 속도는 더 폭발적이다. 2015년 7.8%였던 증가율이 2019년 10.2%까지 상승했고 지난해는 18.4%까지 올라섰다. 올해 들어서도 18.9%(2월 말 기준)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윤 원장이 가계 부채 증가세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금융권이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준수하도록 해왔던 관리 기준을 총량 관리 목표를 설정하는 것으로 바꿀 계획”이라며 “토지 등 비주택담보대출 취급 실태 전반과 대출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한편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인 ‘그림자금융’의 빚까지 통합해서 보는 ‘총체적 접근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빚투’에 대한 우려도 내놓았다. 지난해 국내 개인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 금액은 63조 8,000억 원. 2019년 5조 5,000억 원 순매도했던 것과는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모습이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도 3조 1,000억 원에서 23조 1,000억 원으로 7배가량 덩치를 키웠다. 주식 투자를 위한 신용 융자 규모도 19조 2,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8.8% 증가했다. 미국(24.7%)의 4배, 일본(8.2%)과 비교하면 1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20대의 신융 융자 금액은 4,800억 원으로 전년(1,600억 원) 대비 200% 늘었다.

윤 원장은 “개인의 주식 투자가 갑자기 증가하는 게 주식시장이 크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장기적 자산 관리로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식 리딩방이나 유사 투자자문 등 민생 범죄 문제는 근절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의 기업 대출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도 꼬집었다. 실제로 2018년 미국의 중소기업 대출 거부율은 30% 초반으로 2017년 45% 수준에서 크게 낮아졌다. 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중국 등 주요 국가 모두 같은 기간 대출 거부율이 줄었다. 반대로 한국은 중소기업의 대출 거부율이 증가했다. 윤 원장은 “대출의 전후방 생산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기업 대출의 역동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의 전통 금융 산업 공습을 두고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윤 원장은 “빅테크의 금융권 진입은 기술 활용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시장 지배력 남용 등에 나름대로 (감독 당국이)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라임·옵티머스 등 불완전 판매로 바닥에 떨어진 금융 산업의 신뢰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금융권에 소비자 보호 이슈가 문제인데 기울어진 운동장 얘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보면 편차가 심한데 금융회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얻는 이익은 매우 일정하다”며 “금융은 위험 부담을 누가 하느냐가 이슈인데 위험 부담은 개인보다는 금융권에서 해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원장은 금융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규제와 감독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를 다 풀면 사람들이 가진 욕망과 불확실성의 틈바구니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고 신뢰가 깨지면 금융회사 수익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며 “규제는 풀되 엄정히 집행하는 감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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