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주류업계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외국계 주류회사의 본사 배당 성향은 매출 대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계 주류 회사는 국내에서 얻은 이익을 재투자하기보다는 매년 대부분을 글로벌 본사에 보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매출 감소에도 외국계 주류사의 본사 배당 잔치는 계속된 셈이다.
22일 서울경제신문이 외국계 주류사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주요 외국계 주류사의 지난해 글로벌 본사 배당액은 4,495억 원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은 오비맥주(AB인베브)·롯데아사히·하이네켄 코리아·디아지오코리아·페르노리카코리아 5곳이다. 2019년 배당액 5,296억 원에 비해서는 감소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와 이용 시간 제한 등으로 주류업계 매출이 2019년 2조 2,466억 원에서 지난해 1조 8,967억 원으로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매출 대비 배당액 비율은 역대 최고치다. 매출 대비 배당액 비율은 2017년(17.4%), 2018년(4.1%), 2019년(23.5%), 2020년(23.6%)로 지난해 전년 기록을 소폭 경신했다.
사별로 오비맥주는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 AB인베브에 지난해 4,000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전년보다 배당액(4,390억 원)은 줄었지만 매출액이 2019년 1조 5,421억 원에서 2020년 1조 3,529억 원으로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매출액 대비 배당액은 2019년(28%), 2020년(2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4년 4월 AB인베브가 사모펀드 KPR로부터 오비맥주를 58억 달러(당시 환율기준, 6조 1,700억 원)에 인수한 후 지난해까지 총 1조 5,540억 원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한 해 한국시장 매출액을 웃도는 금액이다. 반면 2021년까지 1조 원을 한국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AB인베브의 계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비맥주 노조에서도 지난 14일 소식지를 통해 “고통 분담을 운운하면서 4,000억 원 주주배당은 말이 안 되는 처사"라며 각을 세웠다.
국내 1위 위스키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벌어 들인 영업이익 200억 원보다 많은 219억 원을 본사에 배당액으로 보냈다. 지난해 매출액(2,003억 원) 대비 배당률은 10%를 웃돌았고, 당기순이익(95억 원)과 비교해도 두 배를 배당으로 가져갔다.
'임페리얼'·'발렌타인'으로 유명한 페르노리카코리아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161억 원)에 124억 원을 배당했다. 매출액 대비로는 13%에 달했다. 지난 2019년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7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200억 원을 배당했다.
하이네켄코리아는 지난해 1,328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137억 원을 배당했다. 하이네켄은 수입맥주 강자인 아사히의 매출 급감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지난해 매출 1,329억 원으로 전년보다 8.1% 늘었다.
반면 최근 몇 년 간 불매 운동으로 판매가 급감한 롯데아사히는 지난해 배당을 하지 않았다. 2019년 623억 원 매출에서 지난해 173억 원으로 매출이 급감했고 2년 연속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외국계 주류사들이 '초고배당 잔치'를 벌이자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이 외국계 주류사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알짜 시장'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외국 주류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벌어 들인 수익을 재투자를 하거나 사회 공헌에 쓰기 보다 대부분을 본사로 배당하고 있다"며 "심지어 배당의 원칙을 깨고 영업이익보다 더 큰 배당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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