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이 올해 두 번째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습니다. 운전자금 부담이 커진데다 올해 만기되는 차입금 규모가 많은 영향입니다. 전날 100억 원 규모 기업어음(CP)을 차환 발행한데 이어 이날 800억 원을 목표로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단기자금 시장 환경이 좋아지고 전방산업의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CP 차환 금리는 약 80bp(1bp=0.01%포인트) 낮아졌습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10월 100억 원 단기자금을 2.63%에 조달했지만 이번 발행에서는 1.85%를 기록했습니다.
두 달 여 만에 회사채 시장도 찾았습니다. 800억 원에서 최대 1,6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인데요. 이 중 EB(교환사채) 상환 재원을 제외한 500억 원은 ESG채권 중 하나인 녹색채권으로 발행합니다. 회사는 조달되는 자금으로 서울역북부역세권개발과 대전역세권개발PFV에 친환경 건축물과 하수처리장을 건설하고 온실가스 절감을 위한 철도(신분당선 용산~강남 1-1공구) 건설 등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최근 '그린 디벨로퍼'가 되겠다고 경영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행보로 보입니다.
한화건설은 이번 회사채 발행에서 등급(A-) 민평금리 대비 +70~80bp 수준의 희망 밴드를 제시했습니다. 각각 2.66%(2년물), 3.27%(3년물) 수준입니다. 회사의 개별 금리(2.35~3.02%) 대비 높은 기준을 제시한 만큼 고금리 메리트를 노린 개인 투자자(증권사 리테일) 수요와 ESG 채권을 담으려는 일부 기관들의 매수가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자체사업 등으로 인해 운전자금이 늘면서 차입 부담이 커졌지만 수주잔고와 시장 지위 등을 감안하면 사업안정성이 우수하다는 평가입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이라크 비스마야(Bismayah) 등 해외 프로젝트의 공사미수금이 증가한 한편 포레나 수원 장안 등 신규 자체사업을 추진하면서 운전자본 규모가 확대됐습니다. 여기에 화성향남현장 PF대위변제 약 2,000억 원, 상환우선주 상환 약 1,000억 원 등으로 자금 지출이 많아지면서 순차입금이 1조6,200억 원 가량으로 늘었습니다.(전년 동기 1조3,700억 원)
그러나 국내 주택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한화갤러리아, 포레나)와 시공능력 및 공사수행경험, 사업장의 우수한 분양실적 등을 감안하면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특히 과거 손실의 주범이던 중동 지역 프로젝트를 줄이고 국내 주택사업 위주로 사업 부문을 확대하면서 연결기준 7%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과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신규 분양 물량에 주택 수요가 집중되고 지방 미분양 물량도 감소하는 등 업황도 긍정적입니다. 한화건설의 지난달 말 기준 분양률은 97.6%입니다.
한화건설은 올해 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차입 만기가 돌아옵니다. 총 차입금 가운데 65%를 넘는 규모인데요. 다행히 업황이 개선되고 실적도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시장 반응은 우호적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량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수요 확보가 어려웠지만 지난 2월 초과 수요를 확보하면서 화려하게 복귀했지요. 이날 수요예측에서도 모집금액보다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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