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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 원조' 美, 소송 비용 2.9조..."韓 도입 신중해야"

전경련, 美 집단소송 제도 영향 분석


정부가 집단소송법 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원조’ 격인 미국에서는 지난 2019년 26억4,000만 달러(한화 2조9,000억원)의 집단소송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가 다른 미국과 우리나라의 집단소송 부담액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집단소송제도 도입 시 국내 기업들의 소송 비용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 투자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집단소송 범위를 모든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피해자가 50명 이상인 모든 손해배상 청구를 집단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제정안은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일 정부 집단소송법 제정안의 모델이 된 미국 집단소송 제도의 기업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전경련은 미 법무법인 칼튼 필드(Carlton Fields)가 글로벌 기업 매출 상위 1,000대(포춘 1,000)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집단소송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1,000대 기업 중 415개사가 응답을 했고, 이들은 지난 2019년 집단소송 비용으로 26억4,000만 달러를 부담했다. 여기서 집단소송 비용은 변호사 비용을 비롯한 모든 제반 비용을 포함한다. 이들이 밝힌 2019년 26억4,000만 달러는 역대 최고치로, 미국 전체 소송 시장 규모 227억5,000만 달러의 11.6%를 차지한다. 비용은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연 평균 2.45% 증가했다. 전경련은 “이런 추세면 2025년에는 30억5,000만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단소송에 일단 휘말리면 주가도 떨어졌다. 전경련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4년 초까지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소송은 총 4,226건인데, 이 가운데 합의 종결이 1,456건이었다. 합의 금액은 총 680억 달러였다. 여기에 평균 4.4% 주가가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주가 손실액은 2,62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소송 합의 금액보다 4배 더 많다.

집단소송에 따른 간접비용도 적지 않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집단소송 대응·전담 인력으로 사내변호사를 평균 4.2명 고용했는데, 이는 매출 약 51억9,000만 달러(약 5조8,000억 원) 당 1명을 고용하는 꼴이다. 우리나라에 집단소송이 도입되면 삼성전자 40.8명, 현대자동차 17.9명, LG전자 10.9명, SK하이닉스 5.5명, LG화학 5.2명의 추가인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경련은 우리 정부가 내놓은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미국보다 기업에 크게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소송 남발 우려다. 소송 절차가 원고에 일방적으로 유리해 특별한 결함 증거가 없더라도 일단 소송을 제기하고, 추후 증거조사 절차를 통해 소송 근거를 찾으면 되도록 돼 있다. 원고 주장에 대한 입증 책임이 크게 완화돼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집단소송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집단소송 허가결정에 대한 불복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는 미국이 소송 허가·불허가 결정에 대해 원고·피고 양측 모두 불복을 허용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당사자 대등 주의라는 기본 원칙도 크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21대 국회에서 기업 처벌을 강화하는 각종 법안들을 통과시켜 기업들의 부담이 큰데, 집단소송까지 도입되면 기업들은 남소에 따른 직접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경영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제도 도입에 신중해줄 것을 강조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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