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기업집단의 총수로 공식 지정돼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감독의 대상이 될지를 놓고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공정위의 오는 29일 발표(공시 대상 대기업 집단 및 총수 지정)를 앞두고 조성욱 위원장의 결정이 주목된다.
공정위는 당초 외국인을 재벌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미국 국적인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쿠팡 봐주기’ 논란이 거세지자 총수 지정에 무게를 두고 장고를 거듭해왔다.
2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1일 위원 7명이 참여한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쿠팡 동일인 지정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당시 전원회의는 사무처가 안건을 간략히 설명하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외한 5명의 위원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쟁점 사안을 사무처에 질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원회의에서는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에 반대하는 주장이 팽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은 동일인에 대해 국적 기준을 두고 있지 않고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를 총수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어 법리에 따르면 김 의장은 총수로 지정돼야 한다. 미국 법인인 ‘쿠팡 Inc’에 대한 김 의장의 지분율은 76.7%(차등의결권 적용 시)에 달한다.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네이버 등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차별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
반면 공정위는 외국인 주주가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GM과 에쓰오일의 경우 법인 자체를 총수로 지정할 뿐이어서 쿠팡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이 부담이다.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혜국 대우’에 위반된다는 지적 및 ‘스타트업을 규제로 묶어둔다’는 비판도 뒤따를 수 있다.
이에 따라 조 위원장이 김 의장의 운명을 어떻게 결정하든 적잖은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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