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와 캐피털사들이 오는 7월부터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됨에 따라 기존 대출 상품에도 최고 금리를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년 전 최고 금리 인하 때와 마찬가지로 금융 당국의 무언의 압박에 굴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캐피털사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중·저신용자들의 이자 부담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카드사들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카드·캐피털 업체들이 소급 적용 방안을 논의한 결과 반대 의견은 없었다”며 “소급 적용하는 쪽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카드사의 한 관계자도 “법정 최고 금리 인하를 기존 상품에도 소급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라며 “다른 회사들도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마찬가지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카드·캐피털 업계는 최고 금리 인하 시행 시점인 7월 7일에 현재 연 20% 초과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기존 차주들의 금리를 연 20% 이내로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의 여신거래표준약관에 따르면 카드·캐피털사는 저축은행과 달리 법정 금리 인하분을 기존 대출에 소급 적용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물밑 압박이 지속되자 자발적인 동참이라는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소급 적용 관련) 금융사들의 자발적 협조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2018년 최고 금리가 연 27.9%에서 24.0%로 내려갔을 때도 카드사들은 자발적으로 소급 적용에 동참했다.
최고 금리 인하 소급 적용을 통한 카드·캐피털사의 수익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최고 금리 인하로 351억 원의 이자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소급 적용까지 더해질 경우 손실 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주요 카드사들 가운데 카드론 이용 회원 중 연 20% 초과 금리를 적용받는 회원의 비율은 최대 20%대다. 삼성카드가 22.55%로 가장 많고 현대카드 12.41%, 롯데카드 6.93% 등이다. 7개 전업 카드사들의 현금 서비스 이용자 중 연 20% 초과 금리를 적용받는 비율은 20~50%대였다. 캐피털사 중 연 20% 초과 신용대출을 받은 회원 비율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메리츠캐피탈이 18%로 가장 높았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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