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家)가 이르면 오는 27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 내용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와 계열사 지분의 향방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4.18%)와 우선주(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지분이 이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에게 어떤 방식으로 배분되느냐에 따라 삼성의 지배 구조에는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이 전 회장의 오랜 와병 기간 동안 유족들 간 상속 논의는 끝난 상태이며 법적인 틀 안에서 경영권 승계자인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상속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세기의 상속 과정에서 경영권과 상속 재원을 좌우하는 핵심은 결국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큰 틀에서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나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보유 지분은 각각 0.06%와 0.7%로 미미하다. 이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해온 삼성전자를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간접 지배하는 형태인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 때문에 이 전 회장의 지분과 재산이 유족들에게 고루 상속되더라도 그 방식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20.76%)의 경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위해서 뿐 아니라 ‘삼성 경영권의 승계’라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이 전 회장 역시 선대인 이병철 전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아 삼성그룹 매출액의 70% 이상을 도맡는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경영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전체 또는 상당수를 이 부회장이 상속받는 방향으로 유족들이 합의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지분 보유가 삼성 전체 경영권의 승계 과정에서는 지분 가치 이상의 함의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도 8.51%나 보유하고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이 전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4.18%) 역시 이 부회장 중심으로 상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지만 삼성전자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것은 ‘책임 경영’의 측면에서도 또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배당 여력이 큰 삼성전자 지분은 다른 유족들에게 있어서도 천문학적인 상속세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실적인 보유 필요성이 클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만큼은 법정 비율 또는 다른 방식으로 유족들에게 고루 나눠질 가능성도 크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총 13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는데 최대 주주인 총수 일가가 받은 배당금만 총 1조 342억 원이다. 유족들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향후 수년에 걸쳐 납부할 각자의 상속세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셈이다.
이와 별도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이나 유족들이 아닌 삼성물산이 상속받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가 12~13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이 가져가면 유족들의 상속세를 확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을 상속받으며 법인세를 내고 유족들은 삼성물산 보유 지분만큼만 상속세를 내면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회장의 삼성 계열사 지분을 모두 합쳐 삼성 일가가 부담할 상속세가 애초 알려진 12조~13조 원이 아니라 4조∼5조 원 대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이 유언장을 통해 이 같은 지시를 명확히 했다면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다만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 등과 관련한 또 다른 재판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족들이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유족들이 투명하고 기업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 전 회장의 유산을 정리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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