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주(267250) 품에 안긴 두산인프라코어(042670)가 차입금 상환 재원 마련에 한창입니다. 최근 시장에서 저신용 회사채의 인기가 높아진 만큼 조달 금리가 낮을 때 현금을 확보해 두려는 포석인데요. 전날 200억 원 규모 사모사채를 발행한데 이어 이날 300억 원 규모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합니다. 수요가 몰릴 경우 최대 600억 원까지 증액 발행할 예정입니다.
사채 만기를 늘려 차입구조를 장기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만기 3년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입니다. 회사가 올해 갚아야 하는 단기성 차입금은 약 1조3,000억 원으로 금융기관 차입금 6,450억 원, 유동성 사채 6,100억 원, 주식담보대출 800억 원 등으로 각각 구성돼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약 4,800억 원으로 만기도래 차입금의 차환이 필수인 상황입니다.
이번 발행한 사모사채의 금리는 연 3.6%로 동일등급(BBB0) 민평금리 5.25%는 물론 두산인프라코어의 개별 민평금리 3.85%보다도 낮게 결정됐습니다. 같은 신용도를 보유한 다른 기업들이나 두산인프라코어가 기존에 발행했던 회사채보다 조달 여건이 좋아졌다는 겁니다. 만기가 3년인 공모 회사채 역시 희망금리밴드를 연 3.30~4.80% 수준으로 제시했습니다. BBB+등급(5.11%)과 A-등급(2.50%) 회사채의 중간 정도입니다.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부담이 높아 재무안정성이 불안정하지만 대주주 변경이 완료되고 지주부문 분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향후 신용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우수한 현대중공업지주에 편입되면서 계열 관련 위험 요인이 해소된 한편 대주주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차입금 일부가 지주부문으로 이관될 계획인 만큼 차입부담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같은 내용을 반영해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을 '긍정적 검토 대상'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발행 환경도 좋습니다. 특히 저신용회사채를 꼭 담아야 하는 하이일드펀드 등 수요가 발행 물량을 받기 위해 금리를 크게 낮게 써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같은 신용등급(BBB0)을 보유하고 있는 동부건설도 지난주 7년 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아 발행액 대비 2배가 넘는 매수 주문을 받았는데요. 2012년 공모채 시장에 나선 이후 2014년까지 수요예측에서 한 번도 투자 수요를 채운 적이 없던 회사입니다. 저신용 회사채를 담으려는 하이일드펀드와 주식 대비 안정적인 투자처를 원하는 개인 투자자(증권사 리테일) 수요가 쏟아졌습니다. 사자세가 몰리면서 동부건설은 회사채 금리를 연 3.54%로 확정했습니다. 희망금리밴드 3.6~4.2%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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