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의 발판인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생태계’의 핵심 고리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2년 새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해 기후 등 외부 요건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요동치는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뿐 아니라 저장된 전력을 수전해에 투입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탄소 발생이 없는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화재 등으로 위축된 ESS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26일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ESS 신규 설치 사업장은 지난 2018년 975개에서 2019년 479개로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ESS 신규 설치 사업장은 589개로 다소 반등했으나 올 1분기에 46개로 다시 크게 줄었다. 특히 용량(㎿h) 기준 ESS 설치는 지난해 2,866㎿h에서 올해 98㎿h로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ESS 산업이 위축된 것은 화재에 따른 리스크를 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조사 결과 2017년 5월부터 2019년 말까지 28곳에서 ESS 관련 화재가 발생했으며 화재 확률은 1.73%이다. 정부는 2019년 ESS 화재 관련 1차 대책에서 ESS 사업장 안전 관리 강화 방안을, 지난해 2차 대책에서 ESS 충전율을 80~90%로 제한하는 방안을 각각 내놓았지만 화재 관련 불안은 여전하다. 실제 이달 초에는 충남 홍성의 태양광 연계 ESS에서 화재가 발생해 4억 4,000만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진규 전 ESS협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가 ESS 화재 원인에 대해 1차 조사에서는 설치 사업장 문제로, 2차 조사에서는 배터리 문제로 각각 다르게 지적하며 ESS 관련 시장의 혼동이 계속돼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정책 지원이 끊긴 점도 ESS 산업 붕괴의 한 요인이다. 올해 ESS 연계 사업장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4~5배)가 일몰되고 전기 요금 할인 혜택도 사라지자 업계에서는 탄소 중립을 한다더니 준비부터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 협회장은 “산업부는 2018년 ESS 육성을 담당하던 에너지신산업진흥과를 에너지신산업정책과와 합쳐 ‘에너지신산업과(현 신에너지산업과)’로 통합하는 등 몇 년 전부터 ESS 육성 의지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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