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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아파트 쏠림 벗어나려면 주택밀집지에 공공 인프라 대거 늘려야“

<박철수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

근현대 주거역사 기반 주택문제 연구

국가건축정책 심의위원으로도 활동

‘아파트 지상주의’ 각종 주거문제 양산

정부·지자체 주택가 시설개선 필요

공공임대 늘려 주거 선택권 넓히고

청년 주택은 수요자 입장 반영을





“대한민국은 ‘아파트지상주의 사회입니다. 수도권 아파트가 다른 지역, 다른 주택 유형보다 어마어마한 비교적 우위에 있습니다. 아파트로의 욕망은 더욱 강해지고 수요는 더 몰리고 있습니다.”

박철수(사진)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는 근현대 주거사를 바탕으로 주택 문제를 고민해온 ‘주택 전문가’다. 그는 앞서 ‘아파트: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2013년)' ‘아파트의 문화사(2006년)' 등 아파트의 역사와 그로 인한 사회적 영향·문제 등을 고민하는 내용의 저서를 출간했다. 현재 국가 건축 정책을 심의하고 관계 부처의 건축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모 방송에서는 ‘아파트, 욕망의 역사’라는 주제로 강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 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아파트 중심 문화가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은 결국 살기에 쾌적한 수도권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다른 지역, 다른 유형의 주택으로 나뉘고 그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공공에서 인프라 공급하는 플러스(+) 전략 필요>

최근 박 교수는 3인의 공동 저자와 함께 ‘경성의 아파트’를 출간했다. 해당 저서는 과거 1930년대 아파트라는 주택 양식이 어떻게 한국에 상륙했으며 △경성 어디에 얼마나 많은 아파트가 지어졌는지 △어느 곳에 많이 있었는지 △당시 사람들은 아파트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1930년대 당시 경성에 아파트라는 새로운 주거 형태가 도입될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은 임대주택이었다. 지금처럼 아파트를 분양 받고 소유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박 교수는 “당시 아파트는 한 동짜리, 많아 봤자 세 동짜리들이 주축이었다”며 “또 1~2층은 각종 상업시설로 돼 있어 외부인들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형태는 10여 개 동을 울타리와 방음벽으로 두르는 지금의 아파트 단지와 다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아파트를 선호할까. 이는 ‘단지’ 때문이라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놀이터·경로당 등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편의 시설과 녹지 공간을 단지 내에 유치하고 울타리로 주변을 차단해 아파트 입주민들만 사용하도록 한 아파트 단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쾌적한 주거 환경을 누리기 위해 사람들이 더더욱 아파트로 몰리고 ‘욕망’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아파트 단지와 달리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 지역은 부족한 공간 등을 놓고 ‘경쟁’을 벌여야 하는 구조다. 그는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은 주차 공간 같은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지역”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웃을 친밀하기보다는 적대하는 대상으로 상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수도권은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몰려 사는 ‘과밀 사회’인데 이 안에서 ‘무언가를 향한 경쟁’이 일상화됐다는 지적이다.

물론 아파트 입주민들이 누리는 특혜(?)를 무작정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 그 같은 환경을 아파트 단지 입주민이 아니더라도 누릴 수 있도록 공공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아파트 단지의 담장을 허물라고 하지 말고 그 밖, 즉 길거리가 더 열려야 한다”며 “국가·지방정부는 담장 바깥에 각종 공공시설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환경을 유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아파트 담장을 허물라’고 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마이너스 전략”이라며 “정부·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이 인프라를 제공하는 플러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 내부의 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라고 하기보다는 그 경계에 공공시설을 공급해 지역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인 박인석 교수가 앞서 강조한 내용이다.

박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이 사회를 바꿔놓은 가운데 젊은이들이 최근 갈구하는 것은 동네 친구”라며 “젊은이들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이 모여 ‘사회적 자본’이 되는데 다른 사람과 우연히 접할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공공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방안으로 단독주택 등 주택 밀집지에 공공 인프라를 확충해 단독주택 또한 매력 있는 주거지로 만들면 아파트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북동·평창동 같은 기존의 고급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 아닌 일반적인 서울 내 다세대·다가구주택 밀집 지역도 아파트 못지않은 인프라를 갖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아파트와 기타 다른 주택의 경쟁 속에서는 아파트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며 “이 간극을 줄여 다른 주택 또한 아파트와 견줄 만한 주거 형태로 만드는 것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택 정책에 더욱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아파트 단지가 성행하게 된 배경도 과거 급격한 경제 성장기 시절 주거 인프라를 민간 비용으로 충당하려 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에서 예산을 들여 인프라를 조성하는 대신 입주민들이 낸 분양금으로 단지 내에 필요한 시설들을 갖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공공에서 돈을 들여 인프라를 조성해 주택 밀집지 곳곳에 양질의 시설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통해 ‘주거 선택권’ 늘려야">

그는 또 최근 제기되고 있는 ‘아파트 공급론’에 대해서도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단순히 아파트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아파트만 공급하려는 ‘단기 처방’으로는 결국 아파트 일극화만 심화시킬 뿐 장기적인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역사를 되짚어보면 공급을 계속하더라도 주택 문제가 크게 해소된 적은 없었다”며 “이는 공급된 주택 대부분이 시장 주택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시장 주택 위주의 공급은 거대 자본가가 획득할 기회만 늘릴 뿐 자본 자체가 열악한 저소득층 등에게는 공급론이 퍼지더라도 기회가 적다는 비판이다.

그는 공공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분양을 전제로 한 임대주택이 아닌 계속 임대되는 진정한 의미의 임대주택이 지속적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 또한 분양보다는 임대주택 공급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하고 주거 비용이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이 대거 들어서면 주거권에 대한 주택 수요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주거 비용이 낮아지면 주택 수요자들의 생활 부담도 덜어지고 실물경제 또한 나아질 것이라는 말이다.

박 교수는 “우리 사회는 세입자들이 다음 보증금을 미리 걱정해야 한다”며 “국가·공공기관이 집주인인 경우 세입자에게 나가라고 하거나 임대료를 크게 올리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공공임대주택은 세입자의 주택 선택에 대한 권리를 넓혀준다”며 “풍부한 공공임대주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떠오른 2030 주거 문제에 대해 박 교수는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나타난 주택 매수세는 그들이 직접 체험한 위험 사회의 징후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작금의 부동산 값과 전셋값 급등으로 거주 안정성이 유지되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며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집을 매수해 불안을 해소하려 했던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최근의 주식·암호화폐 열풍 또한 주택 등과 관련해 경제적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그것이 돌발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년 주거 문제를 5060 등 기성세대가 앞질러 진단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대신 그들에게 직접 듣고, 참여하거나 발언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셰어하우스’를 한 예로 들었다. 박 교수는 “경험을 되짚어보면 대부분의 청년이 셰어하우스에 사는 것은 가치나 생활 양식보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며 “대부분 자기만의 공간을 원하지만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셰어하우스를 택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앞만 보고 달려온 시대의 가치와 방식에 대한 부작용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또 경제 선진국이 앞서 맞은 마이너스 경제 성장이 대한민국에도 다가온 만큼 다음 세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의 주거 정책이나 사회적 분위기 등을 보면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공부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가정을 꾸리면 원하는 집을 가질 수 있다’는 단편적인 사고의 양식을 아직도 좇고 있다”며 “다양성을 중시하는 선진국 사회가 된 만큼 다채로운 삶을 인정하는 주거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고, 이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보급을 통해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사진=이호재 기자

◇He is...

△1984년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석사 △1993년 시립대 대학원 건축공학과 박사 △2000년 서울특별시 건축위원회 위원 △2002년 시립대 건축학부 건축학 전공 교수 △2006년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 설계자문위원회 자문위원(주거 분야) △2018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주요 저서> '한국공동주택계획의 역사(1990년)' '아파트의 문화사(2006년)' '아파트와 바꾼 집(2011년)' '아파트: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2013년) ' '근현대 서울의 집(2017년)' '한국주택유전자 I, II(2021년)' ‘경성의 아파트(2021년)’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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