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 원이 넘는 뭉칫돈을 끌어모으며 흥행했다. 적자 폭이 컸던 스마트폰 사업부를 올해 떼내면서 영업수익성과 펀더멘탈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날 3,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조2,8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600억 원 어치 발행하는 5년물에 5,50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왔으며 7년물(700억 원)과 10년물(1,100억 원)에도 각각 2,300억 원, 3,800억 원의 뭉칫돈이 쏟아졌다. 장기물로 분류되는 15년물에도 600억 원 모집에 1,20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수요예측이 흥행하면서 LG전자는 이번 회사채 발행 금리를 개별 민평 금리 대비 -5bp(1bp=0.01%포인트)에서 최대 -20bp까지 줄일 수 있게 됐다.(수요예측 기준) 회사는 최대 6,000억 원으로 발행 물량을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가전제품 시장에서의 높은 인지도와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의 실적 개선세로 재무안정성이 높은 회사인 만큼 개별 금리가 낮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사자세가 몰렸다. 이번 발행 주관을 맡은 한 대형 증권사의 관계자는 "LG전자는 높은 재무건전성과 우량한 신용도로 회사채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물건"이라며 "특히 이번에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이번 회사채 가운데 5년물과 7년물 총 1,300억 원을 ESG채권 중 하나인 녹색채권으로 발행했다. LG사이언스파크의 2단계 건설 비용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나머지 10년물과 15년물로는 기존 보유한 7년짜리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만기 연장 효과를 얻게 됐다.
LG전자는 최근 몇 년간 홈엔터테인먼트와 건조기·스타일러·식기세척기 등 신가전, 자동차 부품 사업 부문의 수익 창출력 개선으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홈엔터테인먼트 부문의 경우 글로벌 TV 시장의 수요가 둔화하고 경쟁이 심화됐음에도 불구하고 OLED, UHD TV 등 프리미엄 비중이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서 원격수업, 재택근무 등 비대면 문화가 확산돼 프리미엄 가전 제품 판매세가 크게 늘었다. LG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총 3조1,950억 원으로 전년 2조4,360억 원 대비 개선됐다. 같은기간 수익성은 3.9%에서 5.1%로 껑충 뛰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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