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을 활용한 환치기 및 탈세 등으로 서울 아파트를 사들인 중국인 등 외국인이 대거 적발됐다. 환치기 조직 10곳도 포착해 추적 중이다. 이들 조직으로 이전한 자금 규모가 총 1조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외국인 가운데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5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불법으로 자금을 조달한 61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외국인 37명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환치기 조직은 암호화폐를 이용한 신종 수법을 이용했다. 중국인 A씨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 환치기 조직이 지정한 계좌로 268만 위안(4억 5,000만 원)을 입금했다. 환치기 조직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한 달간 중국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 자산을 매수해 한국에 있는 조직원의 전자 지갑으로 전송한 뒤 이를 현금화해 A씨에게 전달했다. A씨는 여기에 은행 대출 등을 보태 시가 11억 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를 샀다. 당시 한국의 암호화폐가 외국보다 시세가 더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으로 환전 과정에서 시세 차익도 얻어 아파트 구입 자금에 보탰다.
이번에 적발된 외국인 61명 중 17명은 A씨처럼 환치기로 자금을 들여오거나 관세를 덜 내는 방식으로 돈을 마련해 시가 176억 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 16채를 구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마스크를 판 돈까지 빼돌려 아파트를 구매한 외국인도 있었다. 외국인 44명은 부동산 취득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적발됐다. 현행법상 비거주자가 국내 부동산을 사면 외국환은행장 또는 한국은행장에게 자본거래를 신고해야 한다.
환치기와 탈세를 통해 외국인들이 매수한 아파트는 39채로 취득 가액은 664억 원에 달한다. 국적별로 중국 34명, 미국 19명, 호주 2명 순이었고 지역별로 강남구가 13건, 취득 금액 315억 원이었으며 다음으로 영등포구 6건(46억 원), 서초구 5건(102억 원), 구로구 5건(32억 원) 순이었다.
전성배 관세청 서울세관 외환조사총괄과장은 “관세 등을 포탈한 경우 세액 추징 이외에도 포탈 세액 규모에 따라 검찰 고발 또는 통고 처분을 했다”면서 “외환 당국에 부동산 취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거래 금액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검찰 송치, 과태료 부과 또는 금융감독원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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