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을 위해 반차를 내고 여의도 SK증권 본사에 방문했다가 아쉬움 속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새벽부터 계좌 개설을 위해 투자자들이 줄을 서면서 2층 영업장 입구로 올라가는 계단에 ‘선착순 계좌 개설이 모두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걸렸기 때문이다. 박 씨는 “최근 다른 증권사 계좌를 만들면서 추가로 비대면 계좌 개설이 불가능해 지점을 직접 찾았지만 실패했다”며 “그나마 이미 만들어뒀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계좌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27일 SK증권에 따르면 이달(1~27일) 계좌 개설이 지난달보다 120% 급증했다.이날 SK증권을 비롯한 각 참여 증권사 지점에는 28~29일 진행되는 SKIET 공모 청약을 위한 고객들의 발걸음이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이번 공모 청약이 복수 청약의 ‘막차’일 수 있는 소식에 최대한 많은 증권 계좌를 만들어 배정 물량을 끌어모으려는 ‘공모 개미’들이 지점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공모주 제도 개편으로 복수 청약이 금지되면 현재처럼 여러 증권사에서 공모주를 배정받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짧은 기간 여러 개 계좌를 만들기 위한 고객부터 비대면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자녀 계좌 개설을 위한 부모들까지 계좌 개설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증권 계좌 개설을 위해 여의도에 나온 60대 투자자 김 모 씨는 “자녀들이 SKIET 공모는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무조건 청약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달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 청약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SK증권 전국 지점에서는 이미 월초부터 고객들의 ‘새벽 줄서기’가 이어졌다. 금융소비자법 시행 등으로 계좌 개설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하루 신규 개설이 가능한 계좌가 30개로 제한되는 등 경쟁이 심화되면서다. 공모주 청약을 위한 계좌 개설 마지막 날인 이날도 선착순 경쟁이 새벽부터 마감되면서 상당수 고객은 계좌를 개설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여의도 본사에서는 직원들이 1층 계단까지 나와 오전 내 고객들에게 계좌 개설 마감을 안내하기 바빴고, 오전 11시부터는 ‘일반 업무 외 계좌 개설은 절대 불가하다’는 안내문과 함께 계단 입구마저 막혔다. SK증권 관계자는 “현재 직원 대부분을 공모주 업무에 투입하고 있을 정도로 고객이 몰리면서 다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상황을 전했다.
SKIET는 최근 신성장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2차전지 분리막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지난 22~23일 진행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역대 최고 경쟁률인 1,883 대 1을 기록한 데 이어 일정 기간 청약한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63.2%에 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앞서 SKIET는 공모가를 10만 5,000원으로 확정했다.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할 경우 주가는 27만 3,000원까지 160%나 뛸 수 있어 1주당 16만 8,000원의 수익이 가능하다. 이날 일반 업무로 증권사 지점을 방문한 투자자 김 모 씨는 “만일 SKIET 공모 청약을 진행하는 증권사 5곳(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SK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 모두에서 1주씩이라도 배정받을 경우 하루에 80만 원 이상을 벌 수 있는 셈이라 최근 열기가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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