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위원회가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이루다’ 운영한 스캐터랩에 총 1억330만원의 과징금 및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올 초 챗봇 ‘이루다’가 이용자와 나눈 대화에서 그간 수집된 이용자의 데이터 유출 논란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지 107일만이다.
개인정보위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1항 등 8건의 위반 행위에 대하여 제64조·66조 등에 의한 과징금 과태료 및 시정조치 명령 등에 따라 과징금 5,550만원, 과태료 4,780만원 등 1억330만원을 부과한다”고 의결했다. 스캐터랩의 지난해 매출액이 8억 2,900만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연간 매출액의 12%에 달하는 규모다.
개인정보위의 조사 결과 스캐터랩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페이스북 이용자 대상 챗봇 서비스인 이루다를 개발·운영하면서 약 6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의 카카오톡 대화 문장 94억건을 이용했다. 이 중 20대 여성의 대화 문장 약 1억 건을 이루다의 응답 DB로 활용했지만 이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에 포함된 이름·전화번호·주소 등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암호화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송상훈 개인정보위 조사조정국장은 “스캐터랩은 전체 데이터셋을 가명정보 처리했다고 했지만 이루다의 학습 DB는 비식별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명 정보 처리로 보지 않았다”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변형 없이 이루다가 그대로 말하게 한 것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개인정보위는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 개인정보처리방침에 신규 서비스 개발 문구를 포함했다는 스캐터랩 측 주장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로그인함으로써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시스템만으로는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 이용자가 이루다 같은 신규 서비스 개발 이용에 동의했다고 보긴 어렵고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제한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전체 과징금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성생활 등 민감 정보를 유출한 것과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행위로, 각각 1,95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특히 개인정보위는 성생활 등 정보를 민감 정보로 파악했다. 배상호 개인정보위 조사2과장은 “연애의 과학의 심리 분석 서비스의 중에 '내 대화 상대방의 섹스판타지는?' 서비스가 있는데 거기에서 수집되는 부분은 민감 정보이기 때문에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또 만 14세 미만 아동의 정보 수집 관련해서는 스캐터랩 측은 14세 미만의 가입을 제한한 페이스북 기반으로 대화 서비스를 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14세 미만 아동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폈다. 하지만 개인정보위는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이루다 서비스에 가입할 때 스캐터랩이 이루다 회원의 성별·연령 등 정보를 추가적으로 수집했기 때문에 14세 미만 아동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
윤종인 개인정보위원장은 “‘이루다’ 사건은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매우 신중한 검토를 거쳐 행정처분이 결정됐다”며 “이번 사건은 기업이 특정 서비스에서 수집한 정보를 다른 서비스에 무분별하게 이용할 수 없고, 정보주체가 개인정보 처리 관련 사항을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한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이번 기회로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기 때문에 개선 작업을 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많은 스타트업이 앱 기획이나 서비스 과정에서 다른 서비스 기획 내용을 참고하는데 저희도 안이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가명정보 처리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 세우기가 쉽지 않은 만큼 사회적으로 논의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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