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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 울산 56배·세종 15배↑…공시가 인하는 0.03%P '찔끔'

전체 의견 중 9억 이하가 64% 차지…지방서 더 불만 쏟아져

초안 대비 0.35%만 수정…대전·전북·제주는 되레 가격 올라

전문가 "조세저항 확산 우려 커 내년부터 변동 속도 조절해야"

28일 서울 남산 공원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28일 공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안에 대한 의견 제출 건수를 금역대별로 보면 9억 원 초과 고가는 물론 중저가에서 고루 늘었다. 의견 제출 건수 4만 9,601건 가운데 9억 원 이하가 3만 2,171건으로 64.8%에 이른다. 지역별로 보면 공시가격이 70%가량 오른 세종의 경우 아파트 단지 3개 중 1개꼴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울산 등 지방 지역에서도 공시가 불복 건수가 급증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조정은 ‘쥐꼬리’만큼 이뤄졌다. 대다수 지역의 올 공시가격 상승률이 열람안과 비슷하게 결정·고시된 것이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상속세·증여세·재산세 등 각종 세금은 물론 건강보험료나 재건축부담금 부과액 등 각종 비용의 산정 기준이 된다. 현재 당정은 공시가 인상에 따른 재산세 인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고지서를 발급 받게 되면 조세 저항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시가 낮춰달라, 전국서 쏟아져=공시가격을 조정해달라는 의견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모두 늘었다. 상승 폭이 가장 큰 곳은 울산이다. 지난해 6건에서 올해 337건으로 늘어 증가율이 5,516.7%에 이른다. 이어 △전북(4건→161건) 2,200% △경남(29건→435건) 1,400% 순이었다. 올해 공시가격이 70% 오른 세종시는 지난해 275건에서 올해 4,095건으로 15배가량 급증했다. 세종은 전체 아파트 213개 단지 중 73개가 다수 또는 집단으로 의견을 제출해 3개 단지 중 1개 단지꼴로 공시가격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경기에서도 의견 제출 건수가 9,062건에서 1만 5,048건으로 급증했다. 다만 서울은 지난해 2만 6,029건에서 2만 2,502건으로 의견 제출 건수가 감소했다. 집단으로 의견을 제출한 경우는 436단지로 지난해(172건)보다 153% 늘었다. 서울이 179단지로 가장 많았고 경기(116단지), 세종(73단지), 부산(39단지), 대구(15단지) 등의 순이었다.

금액대별로 봐도 고루 공시가 불복이 늘었다. 공시가 9억 원 초과의 경우 의견 제출이 1만 7,430건에 이르렀다. 3억 ~ 6억 원 1만 3,669건, 6억 ~ 9억 원 1만 2,843건 등 중저가에서도 제법 많은 이의신청이 접수됐다. 이에 대해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종부세 대상이 많은 서울보다 지방에서 의견 제출 상승률이 높다는 것은 공시가격에 대한 불만이 단순히 세금을 더 내지 않겠다는 식의 문제가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갑자기 이렇게 부담을 늘리는 게 맞느냐는 문제 제기”라고 분석했다. 실제 전북이나 경남의 경우 공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이 한 채도 없지만 의견 제출 증가율은 전국 2, 3위를 기록했다.





◇역대급 조정 요청에도 ‘0.03%’ 찔끔 인하=정부는 이 중 2,485건의 의견을 수용했다. 수용률은 5%다. 의견을 수용하면서 인접한 가구 등 4만 건의 연관 세대를 조정하면서 공시가격 초안 대비 공시가격이 변한 가구 수는 총 4만 9,663가구다. 결국 전체 공시 대상(1,420만 4,683가구)의 0.35%만이 공시가격이 수정된 셈이다. 서울의 경우 865건의 의견만 수용돼 조정 비율이 3.8%였다.

공시가격 초안 대비 결정안의 변화도 기존 19.08%에서 19.05%로 0.03%포인트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세종이 70.68%에서 70.25%로 0.43%포인트 내렸다. 서울은 19.91%에서 19.89%로 0.02%포인트 줄었다. 이 외에 인천(13.6%), 광주(4.76%), 강원(5.18%), 충남(9.23%), 전남(4.49%)은 전년 대비 변동률 변화가 없었다. 대전(20.58%)과 전북(7.41%), 제주(1.73%)는 오히려 0.01%포인트씩 올랐다.

전문가들은 조세 저항은 물론 시장 왜곡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고 교수는 “공시가 급등이 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적어도 내년부터는 공시가격 변동 속도를 조절하고 동시에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와 지방자치단체 민원실에서 29일 0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공시가격 산정 기초 자료를 함께 공개한다. 기초 자료는 해당 주택의 주변 교육 시설이나 공공 편익 시설, 지하철 등 교통 시설 분포와 같은 주변 환경을 비롯해 용도지역·용적률 등 해당 단지의 특성, 면적과 방향 등 세대 특성, 인근 주택 거래 사례와 부동산원 부동산테크 시세정보 등이다. 국토부는 다시 이의신청을 접수해 검토를 진행, 6월 25일 공시가격을 조정 공시할 예정이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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