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쳤던 해외 주요 국가들이 신속한 재정 정상화를 계획 중인 반면 한국 정부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인 지출 수요 때문인 만큼 중장기적인 수입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코로나19 위기 시 재정의 경기대응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1~4차 추가경정예산과 2021년 1차 추경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지난해 0.5%포인트, 올해 0.3%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추가 재정지출 1원당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는 0.2~0.3원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2020~2021년 재정 기조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확장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주요국과 비교해서는 재정 대응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집계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극심했던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지난해 추가 재정 대응 크기가 GDP 대비 10%를 크게 웃돌았지만 한국은 GDP 대비 3.4%에 불과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해외 주요국들이 향후 예상되는 경기 회복세를 고려해 재정수지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겠다는 중기 재정계획을 표방한 반면 한국은 2024년까지도 확장적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정부는 4%대 초반의 중기 경상성장률을 전제하고 있지만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5.8%로 급격히 악화한 이후 2024년까지도 거의 회복되지 못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이는 양극화, 인구 및 산업구조 변화 등에 대응한 구조적 지출이 지속 증가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에 따른 재정지출이 계속 증가하는 반면 재정수입은 지출을 충분히 따라잡지 못해 높은 수준의 적자가 지속한다는 점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허진욱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복지 등 구조적 지출은 한 번 진행되면 폐지하기 어렵고 고착화되기 쉬워 늘릴 때 신중해야 한다”며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 만큼 세원 확보 노력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증세 필요성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직접적인 증세가 당장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인구구조 변화 등을 고려하면 아직 여유 있을 때 논의를 시작하고 국민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