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설비 증설에 힘입어 주가가 고공 행진하던 국내 최대 실리콘카바이드(SiC) 링 업체인 티씨케이(064760)가 자사의 보유 특허가 무효화됐다는 소식에 급락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상대방이 제기한 특허 무효 소송이 일부 인용되긴 했지만 이 결과로는 티씨케이의 특허를 이용할 수 없다”며 패소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티씨케이는 29일 전 거래일 대비 14.01% 하락한 20만 5,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 중 17% 넘게 폭락하면서 20만 원 선이 깨지기도 했다. 티씨케이는 이날 급락세로 시가총액이 2조 3,934억 원으로 줄어 코스닥 17위로 내려앉았다. 티씨케이는 반도체 회로를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 활용되는 소재인 SiC 링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803억 원에서 올해는 1,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가가 올 들어서만 두 배가량 급등했다.
티씨케이는 원천 특허 기술을 바탕으로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최근 SiC 링 분야에 뛰어드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며 각종 특허 분쟁에 휘말리는 중이다. 실제 티씨케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디에스테크노 등 3개 사에 대해 특허권 침해 금지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진행해왔다. 그리고 최근 이 중 한 소송에서 티씨케이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졌다는 소식이 번지며 이날 주가가 급락했다. 사실상 독점 체제를 유지해왔던 시장에 경쟁업자가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번진 것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27일 특허심판원을 통해 심결이 내려진 안건은 티씨케이의 특허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의 한 관계자는 “일부 무효라고는 하지만 17개 항 중 8개 항에 대해서만 무효가 됐고 나머지 9개 항목은 여전히 특허가 유지되기에 이 중 하나만 침해를 해도 여전히 특허 침해로 봐야 한다”며 “이번에 다툰 특허뿐 아니라 다른 특허도 다수 보유하고 있어 하나의 특허를 무효화시킨다고 해서 티씨케이의 기술을 따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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