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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경성의 아파트를 추적하다

■책꽂이-경성의 아파트

박철수 외 3명 지음, 집 펴냄





모던걸과 모던보이의 자유연애가 넘실대던 시절로 그려지는 1930년대 경성에 갑자기 등장해 눈에 띄게 늘어난 신문물 중 하나가 아파트였다. 조선 시대 500년 간 한양 인구는 10만~20만 명 수준이었지만 식민지 경성의 인구는 1930년대에 40만, 1940년대에는 100만에 이를 정도로 주택난이 심각했다. 1933년 5월호 ‘신동아’는 신조어 해설로 ‘아파-트멘트’에 대해 “일종의 여관 또는 하숙이다. 한 빌딩 안에 방을 여러 개 만들어놓고, 세를 놓는 집이니, 현대적 도시의 산물로 미국에 가장 크게 발달됐다”고 실었다.

신간 ‘경성의 아파트’는 1930년대를 ‘아파트 시대’로 명명한다. 주거 문화사, 아파트 설계, 아파트 단지와 건축 공간을 각각 연구하는 4명의 저자가 경성 어디에 얼마나 많은 아파트가 지어졌으며 어떤 이들이 아파트에 살았는지 샅샅이 뒤지고 분석해 책 한 권에 담았다.



책은 1936년 ‘지번구획입대 경성정밀지도’에 아파트 위치를 일일이 찍어 아파트 분포를 살폈다. 기존 문헌과 연구 자료 외에도 당시 매년 4월과 10월에 발행된 전화번호를 뒤져 아파트 위치와 업태 등을 치밀하게 추적했다. ‘회현동 미쿠니아파트’로 알려졌던 남산동 미쿠니상회아파트의 정확한 주소를 확인하고 지금도 공동 주택임을 찾아낸 것은 이 책의 대단한 성과다. 현재의 충정아파트인 도요타아파트에 추상 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우리나라 1호 법학 박사 황산덕이 머문 적 있다는 사실도 담겼다. 2만7,0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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