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오는 6~7월께 평택 2공장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라인을 본격 가동하는 등 반도체 초격차에 속도를 낸다. 미국 텍사스 공장 생산 차질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황금분할’ 포트폴리오에 힘입어 1분기 또다시 깜짝 실적을 달성했으며 9조 7,000억 원의 대규모 시설 투자까지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65조 3,885억 원, 영업이익 9조 3,829억 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19%, 영업이익은 45.53% 늘었으며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매출이다.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은 매출 19조 100억 원, 영업이익 3조 3,700억 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은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정전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반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 부문은 갤럭시 S21의 선전에 힘입어 매출 29조 1,000억 원, 영업이익 4조 3,900억 원의 최대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는 대외 환경 악화에도 1분기 10조 원에 육박하는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가 8조 5,000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 연구개발비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5조 4,400억 원을 집행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극자외선(EUV)을 적용한 14나노 D램과 7세대 V낸드까지 양산하는 한편 평택 2라인을 본격 가동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를 맹추격할 계획이다.
■날개짓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美 오스틴 공장 가동 정상화…메모리 슈퍼사이클 호재 업고 날갯짓
내달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 예정 압도적 기술로 실적 사냥 나서
삼성전자가 연초에 발생한 텍사스발(發) 악재를 털고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 기술에 바탕한 신제품으로 2분기 실적 반전을 준비하고 나섰다.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가 연내 선보일 14나노미터(㎚) D램과 176단 7세대 V낸드는 하반기 매출의 효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 업황의 슈퍼사이클을 활용해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달 중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압도적인 기술력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가져온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주도하는 CE(소비자가전) 사업부도 프리미엄 가전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텍사스 오스틴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주춤했던 DS의 실적을 2분기 다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DS는 매출 25조 8,200억 원, 영업이익 3조 7,500억 원을 냈다. 오스틴공장에서 발생한 손실은 3,000억~4,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지만 DS는 지난해 2~4분기 연속으로 5조~6조 원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기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피해를 최소화하려 애를 썼지만 웨이퍼 7만여 장의 손실과 6주에 달하는 가동 중단의 여파를 피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이 같은 부진을 말끔히 털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력인 메모리 제품 전반에 대한 수요 강세는 물론, 오스틴 공장 재가동으로 생산능력을 회복한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도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글로벌 1위 기업다운 초격차 기술 개발 현황을 공개하며 실적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차별화된 극자외선(EUV) 공정 활용에 기반한 14㎚ D램’과 ‘더블스텍으로 완성한 200단 낸드플래시’는 그 기대를 실현할 주인공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D램의 경우 선도적인 극자외선 장비 도입은 원가 경쟁력 확보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14㎚ D램은 다수 레이어에 EUV 공정을 적용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부터 7세대 V낸드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그 다음 세대인 8세대는 개발 중이며 내년 하반기까지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더블스텍 기술을 적용한 200단 낸드는 내년 하반기까지 양산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2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 양산 계획을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SK하이닉스는 2022년 238단 낸드플래시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11월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들 기업과 치열한 단수 쌓기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는 저장 용량을 어떻게, 얼마나 키우느냐가 기술 개발의 핵심으로 적층 기술은 제품의 성능은 물론 제조원가 절감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원가 경쟁력이 높은 512기가바이트(Gb) 128단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삼아왔다. 이 제품은 업계 유일의 6세대 싱글스텍 128단 낸드플래시로 삼성전자의 선제적 적층 기술을 내세워 시장을 접수했다는 평을 받아왔다. 한 부사장의 언급대로 내년 200단 후반 낸드플래시가 양산에 성공한다면 30%대 시장점유율도 무난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다음 달 중순께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뉴욕·애리조나주 가운데 한 곳에 세워질 반도체 신공장은 물론 경기도 평택에 준비하고 있는 P3 투자 계획 등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생활 가전과 TV 등 완제품(세트)을 다루는 CE 사업부도 전통적 비수기인 1분기에 영업이익 1조 1,200억 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매출은 12조 9,900억 원으로 집계됐다. CE사업부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급격하게 되살아나고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덕분으로 분석된다. 특히 생활 가전 매출을 이끄는 비스포크 제품은 서남아·중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대형 QLED TV 등 고부가 제품도 선방에 힘을 보탰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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