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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Now] 덩치 커진 시장, '유령' 취급하는 정부…혼돈의 암호화폐

은성수 '잘못된 길' 발언에

가격 폭락했지만 빠른 회복

박상기때와 달리 시장 탄탄

금융당국 경직된 인식 벗고

건전한 투자는 보호 고려를





‘투기 광풍을 잠재우기 위한 용기 있는 발언.' vs ‘시장의 힘을 무시한 금융 관료의 오만함이 드러난 것.’

지난 22일 “암호화폐는 투기 자산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 직후 급락했던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당시 발언의 적절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제도권 밖에 있는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환기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라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장 양성화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진지한 고민 없이 과격한 발언으로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특히 2018년 ‘박상기의 난’으로 불리는 암호화폐 광풍 때와 달리 당국의 강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빠른 복원력을 보이면서 이 같은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오후 4시 빗썸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6,300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달 들어 8,000만 원을 웃돌았던 비트코인 국내 가격은 은 위원장의 발언으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5,519만 원(23일)까지 밀렸다. 한때 20%에 육박했던 ‘김치 프리미엄(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현상)’도 0%대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계속 하락할 것 같던 비트코인 가격은 24일을 기점으로 다시 반등하고 있다. 이더리움(ETH)과 리플(XRP) 등 다른 주요 암호화폐 가격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2018년 1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 직후 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정부는 당시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되자 암호화폐 상장(ICO) 금지와 거래소 폐쇄 검토 등의 엄포를 놓았고 2,500만 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일주일 만에 50% 이상 급락하며 반 토막이 났다.



일각에서는 현 암호화폐 시장을 3년 전과 단순 비교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기관 투자 유입 등 수급 주체 다변화, 암호화폐 결제 기업 확대처럼 암호화폐 시장이 체력을 다지면서 시세를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2017년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비판했던 JP모건은 입장을 바꿔 올여름 비트코인펀드를 출시하겠다고 밝혔고 골드만삭스도 올 2분기 안에 비트코인 현물 투자 및 파생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비트코인의 국제 가격은 5만 달러(약 5,500만 원)에서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 정부나 관료의 말 한마디에 암호화폐 시장이 반응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얘기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경직된 인식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암호화페를 맹목적 투기 자산으로 보고 시장과 싸울 것이 아니라 선진국들의 사례를 참조해 건전한 투자는 보호하고 양성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시장의 혼란만 커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윤주 기자 daisyroh@dedcenter.kr

/노윤주 기자 daisy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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