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정상화에 정책금융기관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달라진 조선업 분위기까지 더해져 자본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이 또 한번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장금융은 STX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펀드에 430억 원의 출자를 확정했다. 1월 유암코(연합자산관리)-KHI인베스트먼트가 STX조선 인수를 위해 조성하는 총 2,500억 원의 펀드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성장금융의 출자 규모는 전체 펀드 중 인수금융(1,000억 원)을 제외한 프로젝트 펀드의 절반에 육박한다. 인수를 주도한 유암코(500억 원)나 KHI인베(500억 원)과도 엇비슷한 수준이다.
성장금융 뿐 아니라 KDB산업은행도 STX조선 정상화에 힘을 보탠다. 산은은 이번에 STX조선을 매각하면서 한도대출과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등 약 7,000억 원 수준의 금융 지원을 진행했다.
유암코와 KHI인베는 STX조선 인수를 위해 조달한 자금 중 2,100억 원은 회생 채무 상환에 우선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STX조선의 회생채무 잔액은 약 6,000억 원 정도인데 이중 2,100억 원은 상환하는 한편 잔여액은 탕감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조성액 중 400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성장금융이 STX조선에 투자하는 이유는 완전히 달라진 조선업황이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조선업황은 2003년 같은 슈퍼사이클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로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컨테이너선 운임 초호황으로 대형 조선소들은 일감이 몰려드는 모습이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선박 규제로 LNG추진선 등 선박 수주가 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지연됐던 신조선 발주가 올해 본격적으로 재개돼 세계적으로 발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STX조선은 지난달 15일 일본 선사와 6,600톤(t)급 탱커 3척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또 연내 추가 수주도 예상되고 있다. STX조선이 가진 경쟁력을 확인한 점도 배경이다. STX조선은 주력인 중형 탱커선 시장에서 현대미포에 이어 업계 2위다. 탱커선 역시 친환경선박 규제로 LNG추진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중국 제조사들이 진입하기 힘든 부분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TX조선이 LNG선 수주 경험이 많고 관련 시장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턴 어라운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STX조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조선업 불황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고 2014년 상장 폐지 후 2016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바 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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